'하하하쏭'을 처음 들었을 때, 도무지 무슨 의도를 가지고 만든 노래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도입부는 김윤아의 솔로 활동을 연상시키는가 싶더니, 갑자기 의도적인 장난기와 유치함으로 부끄러울 정도의 당황스러움을 유발한다. 쿵짝쿵짝 대는 리듬은 그렇다고 쳐도, '라라라라' 와 '하 하하 하하!' 부분에서는 왜 그렇게 억지로 애기 같은 목소리를 내는지,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도 반쯤은 묻혀있는 기타 소리를 찾아내었는데, 계속해서 이어지는 브라스 섹션과 종합해본 후에야 이것이 스카 펑크(Ska Punk)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선규는 이번 5집을 “펑크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의도를 갖고 만든 앨범” 이라며, “펑크는 장르라기보다는 음악을 대하는 태도인 것 같아요. 일반적인 것을 탈피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태도라고나 할까요?” 라고 덧붙였다. 분명 맞는 말이기는 하다. 하지만 펑크를 즐겨들었던 나로써는 '하하하쏭' 이란 노래에 과연 일반적인 것에 '대항할만한(Against)' 새로운 것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사랑의 병원으로 놀러 오세요' 에서도 김윤아의 목소리는 여전히 8살쯤 되는 발랄한 여자아이 같다. 귀여운 장난기가 여간 과장된 것이 아니다. 아무래도 이번 앨범의 컨셉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앨범 제목을 다시 쳐다보았더니 <All You Need Is Love> 라고 써있었다. 그리고 “김윤아는 사랑의 치료사, 이 앨범은 병원의 역할을 하고자 했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뒤로 갈수록 '사랑의 병원'이 위치한 자리가 어쩐지 좀 지글지글거리는 추한 뒷골목이란 느낌이 든다.

'I Saw Him' 은 어지러울 정도로 긁어대고, 그 다음엔 '거지'들이 등장한다. 사랑의 치료사는 거지들에게 “오! 더러워, 다시 볼까 두려워~” 라고 조롱하는데, 조금 더 가다보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고 단언한다. 아무래도 희망,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실리콘벨리' 에서는 “인조인간” “난도질” 같은 과격한 표현까지 서슴치 않는다. 오죽하면,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을 정도이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좀 더 높은 값에 팔릴 것만 생각하는 한심한 여자들이라는 내용이다.

사실 따지고보면 성형한 여성들은 일종의 희생양인데, 얼굴에 칼을 댈 수밖에 없도록 강요한 사회의 더러움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다. “필요한 것은 오직 사랑뿐(All You Need Is Love)”이라며, 그렇게도 희망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어린애 목소리를 내더니, 이제는 '값싼 여자들'을 처벌하고자 한다.

그러던 중에 다음과 같은 기사를 읽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좀 더 밝은 것을 하자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결국 지금까지 해왔던 음반들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어요” 결국, 앨범 타이틀은 '하하하쏭'과 '사랑의 병원으로 놀러오세요'를 빛내주기 위한 컨셉에 불과했다. 심각한 계기와 변화의 결과물이 아니었다. 이렇게 “결국은 내 맘대로 하는게 음악” 이란 태도는 지독히도 펑크적인 마인드에 충실하다. 자우림 5집의 펑크 지향성은 너무도 의외의 트랙들 속에서, 그것도 완전한 빈사 상태로 발견되곤 한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며 좌절하게 하면서도, “라라라라~” 무대를 누빌 수 있는 베짱. 결국엔 앨범의 뒷부분으로 밀려난 무거운 노래들과 그에 상관하지 않는 희망 컨셉. 그리고 핑크빛 캔디 드레스와 줄무늬 넥타이로 치장된 예쁘장한 앨범 쟈켓. 자우림의 독설은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앙칼진 여자의 매력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하다.

신음하는 이들이 안타까워 차린 '사랑의 병원'. 그러나 피를 보기가 두려워 수술은 하지 못하겠고, 위문공연을 준비했다는 이야기다. 마취와 진통제만 있는 사랑의 병원. '하하하쏭'의 쇼타임은 입장료만 있을 뿐, 치료제는 없다.

1. Luv Pill (작곡:구태훈)
2. 하하하쏭 (작곡:김윤아 / 작사:김윤아)
3. 사랑의 병원으로 놀러 오세요 (작곡:김윤아, 작사:김윤아)
4. I Saw Him (작곡:이선규 / 작사:이선규)
5. 거지 (작곡:이선규 / 작사:이선규)
6. 광야(曠野) (작곡:김윤아 / 작사:김윤아)
7.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작곡:김진만 / 작사:김윤아)
8. 악몽(惡夢) (작곡:김진만 / 작사:김윤아)
9. 실리콘벨리 (작곡:김윤아 / 작사:김윤아)
10. 파트너 (작곡:이선규 / 작사:이선규)
11. 17171771 (작곡:김윤아 / 작사:김윤아)
12. Social Life (작곡:이선규 / 작사:이선규)
13. TRUTH (작곡:김윤아 / 작사:김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