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꽃을 든 남자>의 삽입곡 'Hey, Hey, Hey'로 데뷔한 자우림의 정규 3집 앨범인 <이상한 나라>는 필립 스테어(Phillip Stair)의 곡명과 이름이 같은 '마법 융단'을 타고 자기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날아갈 수 있는 사회 같지만, '마왕'이라는 세상을 임의적으로 재단하는 지배자 안에서 '미쓰 코리아'라는 합법적인 성적 환타지를 제공하는 집단이며 모두들 가면을 쓰고 진실을 얘기하지 않아 대화가 단절된 곳이다. 그래서 그 곳에서는 꿈에서 꿈으로나마 그들의 의사가 전해지기를 바라는 사회이며, 나는 너무나 빨리 돌아가는 '사이버 디지털' 세대에 적응하지 못해 한 여름의 더위와도 같은 일상을 지속하기만 한다. 사랑을 해보지만 그 사랑으로 내가 자유로워지는 건지 구속당하는 건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서도 언젠가는 사랑으로 행복해질 거라고 자기 최면을 거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이 사회의 자화상을 그려내면서도 '새'와 '뱀'에서처럼 어느 때보다 자의식의 심리 저편을 풍부하게 묘사한 가사가 두드러지는 이 앨범에서 자우림은 신기한 나라에서 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오렌지 마말레이드'에서 커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매직 카펫 라이드'를 타고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하는 것이라고 신나게 자신들의 주장을 펼친다. 그러나 우리 가요계에서처럼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얼마나 큰 것인가.

TV라는 매체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고도 자기의 색깔을 발산하며 장수의 가능성을 견지하게 하는 이 탄탄함은 곳곳에서 시시때때로 변하는 유려한 창법으로 듣는 이를 착각하게 만드는 홍일점 김윤아의 뚜렷한 개성과 전곡을 모두 소화해내면서 편곡을 하는 이 팀의 단아하고 기교를 부리지 않은 연주를 들려주는 팀웍이 이루어내는 자연스러운 짜임새 덕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