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라디오 드라이브' 발매와 단독 콘서트 및 페스티벌까지, 반가운 소식들로 팬들에게 큰 선물을 안겨준 2024년 상반기였다. 지난 정규앨범 < 서울시 여러분 > 발매 이후 5년, EP < 토털리 블루 > 이후로는 3년의 세월이 흐른 가운데 9와 숫자들의 더 많은 새로운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시간 또한 멀지 않았음을 짐작했다.
2집 < 보물섬 > 발매 전에 가졌던 2013년 인터뷰 이후 무려 11년 만에 9와 숫자들을 다시 만났다. 홍대 인근의 사무실에서 만난 그들은 늦은 저녁 시간이었음에도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눈빛이 밝게 빛났다.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함께 하며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그들은 언제나 느슨한 듯 꾸준한 마음가짐으로 본인들의 새로운 챕터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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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 토털리 블루 > 이후 3년 만에 싱글 '라디오 드라이브'로 돌아왔다.
9(송재경) : 곡을 오랜만에 내긴 했는데 활동은 계속했다. 그동안 2년에 한 번씩 앨범을 냈다 보니 약간 쫓기는 느낌도 있다.
'라디오 드라이브'는 라디오에 관한 애정을 담은 곡이다. 곡이 탄생하게 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을까.
9 : 솔직하게 말하자면 다른 가수분이 곡 작업을 의뢰해서 만들었던 곡이었는데 코로나 이후로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흐지부지됐다. 그렇게 잊고 지내다 그때 그 데모가 좋았기에 우리가 내자고 결심했다.
원제는 '순환도로'였다. 드라이브와 라디오라는 소재를 썼으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었다. 그런데 '순환도로'라는 제목은 라디오에서 아무도 안 틀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 아무래도 드라이브하면서 직관적으로 생각날 수 있는 곡이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제목을 바꿨다. 우리는 스토리텔링으로 유명한데 이번 싱글은 시작점부터 결이 다르다 보니 커머셜한 부분을 더 신경 써봤다.
3(유병덕) : 우리끼리 데모 작업을 할 때는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최종 그림을 향해 달려가기 때문에 과정 공유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곡은 원래 다른 사람에게 줘야 하는 곡이었다 보니 데모 작업이 매우 꼼꼼하게 된 편이었다.
최근 'Drive In 콘서트'를 마쳤다. 그동안 진행했던 공연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9 : 콘셉트에 충실한 콘서트였기에 일반적인 공연 멘트는 거의 없었고 하나의 연극처럼 큐시트를 준비했다. 라디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것처럼 시그널 사운드와 오프닝 멘트가 나오고 코너를 진행하면서 사연을 소개하는 식이었다.
3 : 교통 정보와 '잠깐만' 코너도 있었다.(웃음)
9 : 이번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라디오라는 매체를 아예 접근해본 적 없는 사람들도 많았다는 것이다. 차를 운전할 일이 없는 학생들은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심지어 TV도 잘 안 보는 세대니까 라디오 문화를 잘 모를 수밖에 없겠더라. 이번 공연을 기회로 라디오를 접한 분들도 있었다. 문화적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체감했다.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오랜만에 서는 페스티벌 무대인 것 같다.
9 : 그렇다. 그동안 페스티벌이 많이 없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9와 숫자들이 연차가 쌓이면서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밴드가 아니라는 편견도 생기지 않았나 싶다. 댄서블하고 신나는 곡도 많은데 '평정심'처럼 잔잔한 분위기의 곡이 대표곡이기도 하고 < 토털리 블루 > 이후로 그런 이미지가 더 강해졌나 보다.
곧 15주년이다. 15년간 밴드를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원동력이라 부를 만한 것이 따로 있을까.
9 : 그것은 9라는 숫자가 가진 의미와 비슷하다.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 약간의 느슨함이 좋다고 생각한다. 100을 만들어야 한다고 마음을 먹으면 마찰이 생기거나 번아웃이 오기 마련인 것 같다. 물론 한 앨범이나 곡을 몇 년씩 에너지를 쏟아서 만드는 것 역시 대단하지만, 우리의 방식은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서 호흡하고 흘러가는 것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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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직업과 병행하면서 밴드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0(유정목) : 결국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 직장을 구한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음악이기에 여기에 비중을 더 두고 살아간다. 비중을 반대로 둔다면 오히려 음악을 오랫동안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필연적으로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해지는 등 아쉬운 점들은 생기기 마련이지만, 좋아하기에 없는 시간을 짜내서라도 하는 것이 음악이다.
연차가 쌓이면서 여러 수상 기록이나 타이틀이 생기기도 하지 않았나. 느슨함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점들도 의미가 있을까?
9 : 그런 점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과거의 업적은 그 당시에 이뤘던 것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다. < 수렴과 발산 >은 굉장히 열심히 만든 앨범이다. 좋은 평가도 받았고 많은 분들께서 사랑해 주셨지만, 그것은 과거의 유산이지 지금의 우리가 가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매여있기보다는 꾸준히 지속하면서 이전보다 더 새롭고도 좋은 음악을 하려 한다.
0 : 꾸준하고 느슨하게 활동하는 와중에도 언제나 다르게 하는 법을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홈레코딩으로 작업했으니, 이번에는 스튜디오에서 녹음해 보자는 식이다. 이전과 다르게 하면서도 좋은 작업물을 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지 않으면 매너리즘에 빠진다. 스스로 꾸준하게 음악 작업을 할 수 있는 동력을 내는 채찍질이다.
9 :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 밴드를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최근 공연에 자주 오시는 학생 팬은 작년부터 우리의 음악을 접하셨다고 하더라. 그리고 비교적 최근부터 9와 숫자들의 음악에 유입되신 분들은 < 토털리 블루 >를 가장 좋은 앨범으로 뽑으신다. 어떤 분들은 < 빙글빙글 >을 최고라고 말씀하신다.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에 나온 유의미한 점들이 아닐까 싶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세상은 계속 변하기에 조금이라도 변하고 성장하지 않으면 현상 유지조차 어렵다. 물론 나이를 먹으면서 에너지가 부족해지고 어려운 부분이 계속 생기지만 말이다. 요즘은 15년이 지났으니 1집의 사운드로 회귀하면 오히려 새로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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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규 앨범은 어떤 모습일까.
9 : 앨범 제목은 < 춤의 교과서 >다.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예술인 춤에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콘셉트다. 교과서라는 것도 여러 가지 함의가 있지 않나. 모든 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보편성을 지녀야 하고 해롭지 않아야 한다. 그렇기에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한 음악을 담아보려 한다. 내년 발매가 목표다.
가장 큰 특징은 리듬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춤을 추기 위해서는 리듬과 가장 먼저 만나야 하지 않나. 멜로디나 가사는 그다음으로 고려하게 될 것이고. 다양한 리듬과 춤을 만들고자 한다.
0 : 계속 작업하고 있긴 하지만, 결과물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요즘 음악을 만드는 방식은 주로 리듬 파트부터 쌓아 올리지 않나. 힙합에서의 작곡 스타일이 다른 장르에서도 많이 쓰이고 있는데, 이러한 점에서 우리가 이전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콘셉트가 나올 수도 있다.
9 : 앨범을 잘 만들고 나면 무대에서의 퍼포먼스나 여러 활동에서도 다양한 접근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 서울시 여러분 >의 경우에는 앨범 안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뮤지컬로 풀어내려고 기획했었다. 소설도 출간하려 했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계획이 취소됐다. 지금도 아쉽다.
< 서울시 여러분 >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개개인의 삶을 따뜻하게 조망하지 않았나. 팬데믹 시대를 지난 지금의 서울은 그때와 비교했을 때 어떤가. 감상이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
9 : 아티스트들의 세계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의 삶도 같이 경험하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 여러 철학이나 조직문화가 바뀐 것 같다. 자율적인 출근 시간 선택이나 재택근무 같은 것들을 적용해 보니 많은 사람들이 꽤 괜찮다고 느껴 일반화된 경우가 많다. '그동안 왜 그렇게 빡빡하게 해왔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죽음과 맞닿은 위협에 노출되지 않았나. 많은 사람들이 인간성에 관해 고찰하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특별한 성향이나 기질을 가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삶과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가족 간 유대감이 강해진 것도 느낀다. 영화 < 로마 >를 보면 가족들이 고초를 겪고 하나가 되지 않나. 같이 파국을 겪고 함께 이겨낸 사람들끼리의 유대가 강해진 것 같다고 생각한다.
9와 숫자들의 음악은 그러한 연대의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 수렴과 발산 >에도 고독과 연대의 이야기가 있지 않나. 이것이 9와 숫자들 음악의 전체적인 방향성인지.
9 : < 수렴과 발산 > 이후 개인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밴드에서 풀어내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유기적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하는 것이 밴드인데 사사로운 추억을 가지고 노래를 부르는 건 맞지 않다고 느꼈다. 그런 생각이 들었을 즈음에 솔로 앨범을 냈다. 밴드로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우리가 같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주제들을 쓰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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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현재 솔로 프로젝트나 다른 계획도 있을까.
9 : 아이디어는 있지만 두 개를 왕성하게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다른 일도 하다 보니 시간적 제약도 생기고 일단 밴드가 우선이니까.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항상 준비하는 상태다.
0 : 우리 모두 항상 준비 상태 아닌가?(웃음)
3 : 작업은 하고 있다. 언제 실체가 될지 모를 뿐이다.
9 : 우리도 부캐가 있다. 구울림이라고. '몽땅쇼'라는 버라이어티 시리즈 공연이 있는데 부캐들을 만들어서 우리 곡을 해당 콘셉트에 맞게 편곡한다. 구린 데이 때는 펑크를 했다. 연말공연이다 보니 그해 화제가 된 것을 가져오기도 한다. 한 번은 구숫 더 트롯이라고 해서 반짝이옷을 입고 나와서 윤수일의 '아파트'와 우리의 곡 '디엔에이'를 매쉬업했다.
구울림은 스토리텔링도 있다. 각자 목이, 경이 같은 이름이 있고 '대학가요제에 출전했으나 장염에 걸려 참가하지 못해 음악의 꿈을 접었으나 9와 숫자들이 그들의 믹싱테이프를 재발견하게 되어 재결성한다' 같은 서사도 있다. 이런 것들이 재밌기도 하고 우리가 그룹사운드를 좋아하기도 해서 부캐 프로젝트를 좀 더 해볼까 한다.
0 : 그때 카세트테이프도 녹음해서 냈다. 심지어 원테이크였다.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녹음하고. 굳이 그렇게까지 힘들게 할 필요는 없었는데.(웃음)
9와 숫자들은 재기발랄한 면모도 많은 것 같다. 작법에서도 그런 점이 눈에 띈다. 다음 앨범이 댄서블한 스타일이 될 것이라 하니 가사의 방향성도 더욱 궁금해진다.
9 : 최근 들어 사회 참여적인 메시지를 많이 담았던 편이다. 이번 앨범은 춤을 주제로 설정했으니, 내면의 사랑이나 흥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다. 각자의 내면을 극도로 파고들면 아주 보편적인 지점을 만날 수 있다고 누가 그러더라. 그 안에 슬픔, 행복 등 여러 가지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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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가장 좋아하는 9와 숫자들의 곡이 궁금하다.
4(꿀버섯) : '라디오 드라이브'.
9 : 꿀버섯은 항상 최신곡을 좋아하더라.
4 : 곡이 너무 좋다. 매일 듣고 싶다. 라디오에 신청곡으로 넣고 싶다. 공연도 가고 싶어진다.
9 : '라디오 드라이브'는 꿀버섯 베이스의 결정체다. 베이스를 유심히 들어보시길 바란다.
3 : '평정심'. 이 곡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사실 녹음을 할지 말지 고민하다 뒤늦게 싣게 되었다 보니 더 애착이 가는 것 같다. 가사, 멜로디, 리듬 모든 면에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9 : '엘리스의 섬 (Song for Tuvalu)'. 기후 위기를 다룬 곡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해당 주제를 이야기하고 현실로 다가온 것을 느끼지 않나. 요즘 시대에 더 필요한 곡이 아닐까 싶다. 투발루도 그 당시에 처음 알게 된 국가인데 아직도 계속 악화되고 있더라. 그때 투발루에 응원한다고 메일도 보냈다. 답장은 없었지만.
0 : 나도 '엘리스의 섬 (Song for Tuvalu)'인데 이유가 다르다. '라디오 드라이브'의 후반 작업을 하면서 우리의 옛 곡들을 들어봤다. 악기 밸런스를 확인하면서 기준을 삼아보는 것이다. 물론 전부 잘 아는 곡들이기에 대부분 10초 정도 듣고 넘기게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곡은 끝까지 들었다. 신선한 경험이었다.
9 : 사실 그 곡의 원래 제목은 '전우'였다. 연대의 의미를 공격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멤버들의 격한 반발로 기각됐다. 반대 덕에 아주 좋은 곡이 됐다.
0 : 우리가 그동안 반대한 의견 중에서도 가장 큰 반대였던 것 같다.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는데 사람들이 오해한다고.
3 : '함께 맞서보자던 나의 전우여' 이런 식의 가사였다. '나의 전우여'가 '나의 그대여'로 바뀐 것이다.
최근 인상 깊게 들었던 음악이 궁금하다.
0 : 가장 최근에 좋았던 건 뱀파이어 위켄드. 조금 더 넓히면 브라이트 아이즈의 < Down In The Weeds, Where The World Once Was >. 거의 공부하듯이 들은 것 같다. 나는 이렇게 쥐어짠 느낌의 앨범이 좋다. 베이스가 너무 좋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플리가 쳤더라. 많이 들어봤으면 좋겠다.
9 : 더 내셔널. < High Violet >이 특히 인상 깊었고 그 이후에 나온 앨범들도 괜찮다. 더 스미스나 레너드 코헨도 좋아한다. 문학적으로 접근한 가사에 담긴 정서라던가. 음악적으로 실험적이기도 하면서 대중적인 모습. 쿨하면서도 진지한 면모. 이렇듯 입체적인 매력을 가진 아티스트를 좋아한다.
3 : 프랭크 오션의 < Blonde >. 30대에 듣는 새로운 음악은 20대 시절에 비하면 단번에 마음에 와닿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가능하게 한 앨범이다. 힙합, 알앤비로 분류가 되면서도 전형적이지 않다. 새로운 알앤비의 형태를 제시하지 않았나 싶다. 예전에 스티비 원더가 카펜터스의 'Close to you'를 보코더로 편곡한 라이브가 있는데 그것을 오마주한 부분도 있는 등 재밌는 요소가 많다.
4 : 신성우의 2집 < Eight Smiles Of Klein >을 좋아한다. 최근 들은 것 중에서는 미엘 드 몬태그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밸런스를 가지고 있어서 곡 작업 때 참고용으로도 많이 들었다. QWER도 괜찮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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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밴드 내 각 멤버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음악 취향도 모두 다른 만큼 각각의 캐릭터나 주된 포지션이 있을 것 같다.
3 : 15년 동안 밴드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결국 음악이다. 그렇기에 가장 중요했던 것은 재경이 형이 써오는 데모였다. 이 곡이 어떻게 바뀔지 상상하면 항상 설렌다. 그래서 나는 재경이 형의 지지자 역할을 많이 한다.
0 : 나는 이 데모를 어떻게 손봐야 더 좋을지 계속 태클을 건다.
9 : 꿀버섯은 관중 혹은 골키퍼.
0 : 정말 아니다 싶을 때 한마디 한다.
9 : 꿀버섯은 색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 세 명에게 없는 스타일의 리뷰를 가능하게 해준다. < 수렴과 발산 > 작업 당시, 나는 '평정심'을 빼려 했다. 너무 쉽게 가는 곡인 것 같아서 그랬다. 그런데 꿀버섯이 이 곡이 베스트니까 절대 빼면 안 된다고 했다. 타이틀곡도 원래 '드라이 플라워'를 염두하고 있었는데 '평정심'을 밀더라. 축구로 치면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알지 못하는 객관적인 것을 보는 셈이다. 그래서 관중의 시각이 중요하다.
3 : '이별 중독'이라는 곡은 뒤에 피아노 연주가 굉장히 길다. 그것도 꿀버섯의 의견이다. 원래 페이드 아웃 처리해야 했다.
9 : 녹음 당시 사인을 잘못 줘서 피아노를 즉흥으로 계속 연주했던 건데 이걸 살리자고 하더라. 곡에 독특한 포인트가 생긴 것이다.
3 : 제5의 멤버 김진아는 기술적인 의견을 많이 낸다. 록 밴드로서 가지기 어려운 감각을 더해준다.
9 : 심판 역할도 겸한다. 우리가 산으로 갈 때 중재해 주면서 태클 거는 선수와도 대립한다. 이렇듯 각자의 역할이 있다. 모두가 방향이 다르면 힘들기에 지지해 주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만, 충돌이 있어야 좋은 음악이 나오고 새로운 발상도 할 수 있다.
진행 : 김태훈, 이승원, 장준환
리드 : 김태훈
사진 : 이승원
정리 : 김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