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 시스템의 기능 고장으로 과열된 사회 속 위로와 연대를 노래하는 < 집 >은 스스로를 명예 소방관으로 위촉한 차세대 인디 스타 한로로의 난중일기다. '귀가'의 현장 목격부터 '보수공사'의 피해 복구까지, 모든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기록하고 이에 본인의 주관적인 감상을 덧붙여 한 편의 소설처럼 근사하게 풀어낸다.
평범해지기 쉬운 주제이지만 작가의 놀라운 관찰력과 표현력 덕에 작품은 대단히 흥미로워진다. 무방비 상태로 읽기에 돌입한 독자는 황홀한 현악과 함께 커져가는 재난 현장 기록 '귀가'에 압도되어 'ㅈㅣㅂ'의 아찔한 사투로 빨려 들어간 후 '먹이사슬'의 경쾌한 일갈을 보고는 자연스레 쾌재를 부르게 된다. 무지개처럼 상쾌한 뒷맛을 남기는 '보수공사' 또한 마찬가지. 색다른 시도를 담으면서도 문학적 쾌감과 가창의 매력이라는 기존의 특장점을 온전히 유지한 인상적인 발전이다.
청취의 흥미를 잃지 않는 전반부와 달리 중후반부의 진행은 몇 가지 의문점을 남긴다. 특히 의아한 부분은 '먹이사슬'과 '놀이터' 사이의 급락. 연결의 개연성을 위해 고전 비디오 게임을 연상시키는 후주를 장치로 삽입했음에도 발랄한 '먹이사슬'에서 '놀이터'의 간소한 전반 구성으로 향하는 과정 묘사는 그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체로 평이한 색채 구성 역시 서사의 유니크함을 고려하면 조금 더 분명한 특색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인상이 남는다. 초반부터 분위기를 고조하고 관악기 첨가로 질감을 다변화하는 '재'처럼 말이다.
전반적으로 듣기 무난했던 < 이상비행 >과 달리 < 집 >은 허점이 분명한 작품이다. 허나 그 이상으로 뚜렷하고 다채로운 앨범의 장점이 아티스트의 존재 가치를 한껏 끌어올린다. 독보적인 매력의 가창과 작곡, 범접하기 어려운 작사 솜씨에 이어 화법의 다양성이라는 무기를 추가한 한로로, 인디 록의 중심이 그의 살아있는 감각을 환영한다.
-수록곡-
1. 귀가

2. ㅈㅣㅂ

3. 먹이사슬

4. 놀이터
5. 재
6. 생존법
7. 보수공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