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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서전 < 창조적 행위(존재의 행위) >를 발간한 릭 루빈, 너바나의 < Nevermind >의 조력자 부치 빅과 함께 1990년대 미국 락계의 대표적 프로듀서로 활약했던 스티브 알비니가 2024년 5월 7일 향년 61세로 사망했다. 1970년대 말부터 음악 산업에 뛰어든 알비니는 음원 제작과 발매, 유통의 과정을 밴드 입장에서 헤아려왔던 “밴드 뮤직의 지지자”였으며 소신으로 옹골찬 외곬 행보는 진의를 아는 동료 뮤지션들의 존경을 끌어냈다.
부고 소식을 전한 대부분의 음악 전문 매체는 그를 레코딩 엔지니어로 소개한다. 실제로 그는 음악적 방향성과 콘셉에 관여하는 전통적 개념의 프로듀서보다 소리 자체에 천착한 오디오 엔지니어에 가까웠고 통제권 측면에서 프로듀싱과 엔지니어링의 분리를 강조했다. 참여작에서 발생하는 인세를 받지 않는 기조도 그런 신조에서 비롯했다.
간혹 알비니 풍(Albini-Like)란 표현이 나올 정도로 드럼 레코딩에 독보적이었다. 자연스러운 리버브로 입체감을 구현했고 작은 욕탕에 드럼과 한 몸으로 붙어 있는 듯한 현장감을 선사했다. 알비니가 1997년 설립한 시카고 소재의 일렉트리컬 오디오(Electrical Audio)는 사용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많은 후배 뮤지션들이 드럼 녹음 대가의 영적 기운을 흡수했다. 데이브 그롤이 드럼 스틱을 쥔 세인트 빈센트의 2024년 신작 < All Born Screaming >도 이곳에서 녹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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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바나와 픽시스, 피제이 하비 등 1990년대 미국 얼터너티브 록의 중심에 섰던 밴드들이 하나같이 알비니를 택했다. 오버더빙 포함 각종 디지털 부가 장치를 절제한 라이브 레코딩을 선호했던 그는 긴밀한 소통으로 밴드의 고유색과 사운드적 특성을 도출했다. 1990년대 록의 대안을 예후한 픽시스의 1988년 작 < Surfer Rosa >와 포스트 록의 뿌리가 된 슬린트의 1991년도 음반 < Spiderland >, 슬린트로부터 2년 후에 나온 너바나의 회광반조 < In Utero >는 해당 밴드의 소리 지향성을 아날로그 포맷으로 가장 밀도 있게 뽑아낸 사례였다. 알비니와 명반 < Rid Of Me >(1993)를 협연한 피제이 하비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스티브 알비니와의 만남은 삶의 방향성을 바꿔놓았다. 그는 음악과 인생에 대해 정말 많은 걸 알려줬다”라고 헌사를 보냈다.
픽시스로부터 독립한 베이스 기타리스트 킴 딜이 이끌었던 브리더스의 1990년 작 < Pod >과 스트레이트한 펑크 질감을 구현한 수퍼청크의 < No Pocky For Kitty >(1991), 같은 해 나온 시카고 출신 하드코어 집단 지저스 리저드의 소포모어 앨범 < Goat >까지 하드코어 펑크와 노이즈 록이 주전장이었다. 프로그레시브 포크와 바로크 팝을 구사하는 조안나 뉴솜의 2006년 작 < YS >와 침착한 태도로 소리탑을 쌓는 갓스피드 유! 블랙 엠페러의 2002년도 포스트 록 앨범 < Yanqui U.X.O. > 등 스펙트럼이 넓었다. 밴드의 유명세와 무관한 자유로운 협업 덕에 참여작은 천 건이 넘었다.
엔지니어링과 곡 제작에 있어 자기주장이 확고했지만 테크놀로지에 따른 대중음악의 산업적 흐름과 변화엔 유연했다. 인터넷 환경의 긍정적 측면을 언급한 그는 인디 밴드가 음악을 알리기 위해 거대 자본의 메이저 레이블의 압력과 각종 비합리, 비효율적 과정을 거쳐야 했던 과거 음반 산업과 달리 음원 제작과 홍보의 명료성을 그 증거로 든다. 뮤지션이자 프로듀서, 레이블 소유주였던 그는 시대적 흐름에 따른 음악 산업의 변화를 통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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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알려졌을 뿐 탁월한 음악가였던 알비니는 다양한 명의로 꽤 많은 음반을 발표했다. 빅 블랙과 셸락의 리더로 1980-90년대 노이즈 록 신을 흔들었던 그는 “음악이 주 수입원이 되는 건 슬픈 일이다. 예술의 자주성에 악영향이기 때문이다”라고 강변했다. 대중성과 거리가 먼 그의 음악은 작가주의를 실현하는 창구였고 빅 블랙 1집 < Atomizer >(1986)과 2집 < Songs About Fucking >(1987), 셸락의 1994년 데뷔작 < At Action Park >로 장르 권위자의 반열에 올랐다. 유럽 음악 축제 프리마베라 바르셀로나가 SNS에 올린 셸락 시절 무대는 알비니의 뮤지션 아이덴티티를 보여줬다. 셸락의 명의로 2024년 신작 < To All Trains >을 발매할 예정이었으나 급작스러운 사망으로 사후 앨범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많은 매체와 동료 뮤지션들의 조의는 비단 급작스러운 사망 때문만은 아니었다. 고집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집요한 성격과 신념을 기반으로 외압에 휘둘리지 않는 모습은 알비니의 예술가적 아우라를 형성해 주었고 외로운 인디 음악가들의 버팀목이자 본보기가 되어주었다. 레코딩에 대한 높은 이해도로 1990년대 개성파 록의 산실로 작용했던 스티브 알비니는 밴드의 순수한 정신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