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의미로, 또 전달의 편의상 사용한 드럼앤베이스의 총아라는 표현에 큰 오류는 없으나 그를 더 정확하게 수식하는 단어는 단연 정글리스트(Junglist)다. 니아 아카이브스의 작곡 대부분은 1990년대 초 브레이크비트 하드코어(Breakbeat Harcore)에서 발전하여 드럼앤베이스의 모태가 된 장르인 정글(Jungle)의 방법론을 기반으로 한다. 탄생 과정에서 레게와 덥(Dub)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장르인 만큼 또 다른 드럼앤베이스 스타 핑크팬서리스의 경우와 달리 네오 소울, 알앤비의 향취를 강하게 내고 이를 정글 특유의 속도감과 결합하여 독특한 카타르시스를 완성한다.
기대 끝에 완성된 정규 데뷔작 < Silence Is Loud > 역시 이러한 화풍의 연속이다. 사납게 몰아치는 드럼 비트와 악보 이곳저곳을 쑤시는 엇박 놀음, 분명한 장르적 쾌감이 작품의 기틀을 구성하고 경력의 총집합임을 암시하듯 앞선 두 EP의 수록곡을 하나씩 끌어와 삽입한다.('Forbidden feelingz', 'So tell me...') 스스로를 '감성적 정글리스트'라 칭한 만큼 줄곧 내면적 자아에 집중하는 모습까지, 아티스트의 모든 정체성이 앨범 한 폭에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 응집력이 강하다.
이렇듯 커리어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 왜 35분 길이의 정규작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도 충분하다. 단순한 트랙 나열에 그치지 않고 가시적인 서사와 구성미를 갖추면서 정규 데뷔 이전부터 주목받은 아티스트들이 더러 보여주는 무성의함에서도 작품은 노련하게 벗어난다. 폭발력이 강한 트랙을 대거 전방에 배치하고 악력을 잠시 푼 뒤 극후반에 다시 조이는 다소 상투적인 방식의 구성이긴 하나 그만큼 효과적이기에 반의를 들기도 어렵다. 특히 클로징 트랙 'So tell me...'는 직전 < Sunrise Bang Ur Head Against Tha Wall >에 이어 재차 수록된 곡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 자리를 위해 탄생한 듯 앨범 구성 속에서 더욱 발전된 감흥을 선사한다. 고압적인 초반과 비교적 유순한 중반을 이어주는 'Forbidden feelingz' 또한 마찬가지. 비록 사운드 고유의 질감이 평이한 중후반부의 위력은 부족하지만 이 또한 감상을 해치지 않을 만큼 그 구조가 안정적이다.
장르적 색채가 강한 아티스트의 진입작으로서 손색이 없다. 니아 아카이브스라는 아티스트가 누구이며 무엇을 해왔고, 할 수 있으며, 또 하고 싶은지, 완벽한 자기소개를 갖춘 이력서 같은 앨범이다. 채용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원서가 접수되었으니 이젠 팝이 이 경력 있는 신입과 미래를 함께할 차례다.
-수록곡-
1. Silence is loud

2. Cards on the table
3. Unfinished business

4. Crowded roomz

5. Forbidden feelingz

6. Blind devotion
7. Tell me what it's like?

8. Nightmares
9. F.A.M.I.L.Y
10. Out of options
11. Silence is loud (Reprise)
12. Killjoy!
13. So tell 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