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과 현대 음악의 이 흥미로운 흐름은 올해 초부터 그 열기를 한껏 더해냈다. 그 주인공은 또 한 명의 젊은 소리꾼 이나래. 밴드 이날치에 소속되기도 했던 그는 솔로 데뷔작 < 지금 어디 >를 통해 판소리와 전자 음악의 융합을 꾀하면서 크로스오버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 발상부터 구성, 서사 구조까지 모두 신선한 작품이었다.
이번 이나래와의 만남은 그의 독특한 작품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 대담한 음악처럼 당당한 음악적 태도, 세심한 면모가 돋보이는 열정, 굳건한 음악적 철학에 절로 빠져들어 가기도 했다. 오랜 경력에도 '젊은 소리꾼'이라는 표현을 듣는 게 어색하다며 웃어 보이기도 했지만, 대중음악 신에 새로 진입한 그의 눈빛은 좀처럼 신인의 젊은 패기를 숨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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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 소속으로 만났던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솔로 뮤지션으로서 IZM과 인터뷰하게 되었다. 솔로 활동에 대한 소감은 어떠한지.
이전부터 오랫동안 소리꾼으로 활동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현대적인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고, 기술적인 방면이나 과정도 모두 혼자 준비하고 조정하는 건 처음이어서 마치 음악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 같은 기분이 든다.
작품 내에서도 '새로운 시작'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 작품 < 지금 어디 >는 죽음 이후 다시 살아나는 컨셉추얼한 서사 구조가 인상적인데.
사실 굳이 그러한 구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데, 판소리를 해와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곡과 곡을 엮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판소리에서는 물론 드라마든 소설이든 그 안의 스토리라는 서사적 요소를 정말 좋아하는데, 그래서인지 곡이 넘어갈 때 연결성이 생기고 전체적으로도 하나의 그림이 생겼으면 하는 것이 있다.
< 지금 어디 >의 스토리는 특히 판소리 < 심청가 >의 내용과도 닮았다.
처음부터 < 심청가 >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각자 만들어진 트랙을 엮어낸 것에 가깝다. 트랙들이 각각 만들어져 있는 상태에서 이를 엮어내다 보니 오묘하게 죽음에 관한 테마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었고, < 심청가 >와 유사한 플롯을 굳이 피하지 않고 다 꺼내보자는 생각으로 펼쳐내다 보니 이러한 서사가 만들어지게 됐다. 아무래도 내면에 있던 잠재적인 정서가 발현이 된 것 같기도.
범피중류 대목이 나오는 두 번째 트랙 '떠나간다'도 우연찮게 만들어 놓았던 트랙이었다. 소리꾼들에게 있어 굉장히 어려우면서도 멋있는, 상징적인 파트로 꼽히는 대목이고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대목이기도 해서. 이런 식으로 연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종의 표제 역할을 하는 트랙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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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으로 시작하여 밴드의 보컬, 솔로 아티스트까지, 독특하고 입체적인 경력을 쌓고 있는데 각 활동 간의 차이점이나 특이점이 있다면.
일단 요즘은 많은 소리꾼들이 워낙 창작 활동에 적극 참여하다 보니 지금 내가 하는 일이나 행보가 특별한 행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날치 등 활동에서 좋은 성과가 있었기에 두드러져 보일 뿐 전통적 요소를 기본으로 다른 것들을 접목하는, 그런 자기 확장적 음악 활동이 현재는 보편적이라고 본다. 나 또한 처음부터 계속해서 나 자신을 열어놓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도전하고 나아갔던 것일 뿐이다.
각 활동마다 느꼈던 차이는 확실히 시장마다의 생리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날치에서 활동하기 전까지는 이른바 월드 뮤직 신에서 더 많은 활동을 했고 그쪽을 염두에 두면서 실험적인 음악, 복합적인 표현 방식 등에 집중했었다. 그런데 이날치에 참여하고 '범 내려온다'를 비롯한 여러 활동이 주목을 받으면서 무언가 전혀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대중음악의 자본주의는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하면서. 음악을 만드는 가치관이나 시각도 많이 달라졌고 또 많이 배우기도 했다. 지금은 인디 음악 신으로 새로 들어온 느낌이다. 독립적인 요소가 많다 보니 이전 월드 뮤직 신과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고. 언제 또 이날치 때처럼 어느 신에서 어떻게 나를 끌고 갈지 모르는 문제이다 보니 일단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스스로의 행보가 특별한 행보는 아니라 하였는데, 본인은 물론 앞서 이자람, 추다혜의 경우처럼 다른 소리꾼들 또한 국악과 대중음악의 접목을 보편적으로 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기본 옵션처럼 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까지는 아카데믹한, 전통적인 것들을 많이 배우지만 다들 사회로 나오면서 음악을 새로 창작하거나 하면서 전통을 베이스로 요즘의 사운드나 표현 기법을 접목하는 것이 너무 당연한 분위기가 된 지 오래다.
그런 현상에 대해 판소리계를 포함한 국악계 내 이른바 기성세대의 반응은 어떠한지.
물론 다 알지는 못하지만 딱히 반대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막 적극적으로 반대하시는 분도 없는 것 같고. 국악이라는 것이 본래 대중음악이었던 것이 지금은 그 자리를 뺏긴 것이 아닌가. 그래서인지 본연의 전통적 가치를 고수하기보다는 국악이 다시 대중의 관심을 가져오기를 바라는 것 같다. 무관심한 분도 계시지만 오히려 적극적으로 응원해 주시는 선생님도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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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현재 국악이 보편적으로 향유되고 있는 음악은 아니다.
매력을 전달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이미 대중음악이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이고, 박자 개념, 철학적 요소 등 기본적으로 너무 다르다 보니 현재 이 땅에 끼워 맞추면서 국악 고유의 매력까지 어필한다는 것은 두 배, 세 배는 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럼에도 국악이 가지는 고유한 색채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다른 분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국악의 매력을 정말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매력이 있지만 가장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꼽자면 역시 가사. 가사와 멜로디가 합일되었을 때의 그 매력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중음악도 그렇고 판소리도 그렇고 결국은 말인데, 그 말이 자연스럽게 들리는 음정과 박자, 이런 것들이 잘 어우러지면 그것이 좋은 노래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가 대화할 수 있고, 그렇게 음악을 대하고 있다.
< 지금 어디 > 역시 그러한 국악의 색채를 살린 채 대중음악과의 접목을 보여준 작품이다. 발상의 계기가 있다면.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던 음악들이 이리저리 섞인 것 같다. 국내 대중음악도 굉장히 좋아했고, 록, 헤비메탈부터 보컬 재즈까지 다양한 음악들을 막 파듯이 300번, 500번씩 듣고는 했는데 이런 식으로 습득한 소리들 중에서 내 목소리, 작품의 주제와 어울리는 것이 뭘까 하며 찾다 보니 자연스레 지금과 같은 사운드가 나오게 됐다.
앨범을 내기 전 지인들에게 한 번씩 들려주는 과정에서 추다혜차지스 기타리스트 이시문에게 90년대 힙합 같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당시 에이치오티(HOT)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전사의 후예' 같은 곡에는 힙합의 요소가 있지 않나. 그런 것들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은 것 같다.
힙합의 색채가 짙어서인지 유독 보컬이 랩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힙합 비트가 어울린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 힙합이 보통 비트 위에 말 같은 랩을 얹지 않나. 이런 구조가 판소리와 굉장히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많아 생각을 한다'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힙합과의 연관성을 의도하고 만들었다. 판소리가 랩과 비슷한 그런 부분들을 조금 더 강조하고 속도도 조금 더 빠르게 하고 해서 말이다.
힙합 쪽에서 모티브가 된 작품이나 아티스트는 있는지.
힙합 쪽에서 특별히 염두에 두었던 작품은 없다. (다른 장르 쪽에서는 있는지.) 원래도 자우림부터 시작해서 김윤아의 작품을 정말 좋아했는데, 얼마 전에 운전하면서 들어보니 김윤아의 < 타인의 고통 >이 주는 느낌과 '아이에게', '학도병의 편지', '봄의 춤' 등 < 지금 어디 > 중반부의 맥락이 정말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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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만큼 앨범 커버도 굉장히 독특하다.
앨범 커버를 어떤 방식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접근도 여러 방면을 고민했다. 커버 디자인을 하신 분이 원래 조각가셨기에 조각 작품을 촬영할 생각도 했었고, 아예 그래픽 디자인으로 제작할 수도 있었다. 여러 방식을 고려하는 중에 AI를 통해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이 샘플링을 기반으로 작업된 앨범의 제작 방식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재미있겠다 하는 마음에 택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작품에 수록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보내서 AI 프로그램에 입력했다. 아무래도 나 자신이 주인공, 화자인 이야기이다 보니 여성의 이미지가 주를 이루기 마련인데, AI가 이를 선정적이라고 판단했는지 이미지 추출이 계속해서 거부되더라. 그래서 아이가 무덤 안에 있고 미처 다 크지 못해 요람 안에, 그것도 뾰족한 가시덤불 같은 것으로 만들어진 요람 위에 있는... 그런 식의 글을 보내서 여러 이미지가 나왔고 이를 잘 결합해서 디자인했다.
실물 앨범 내부에 있는 붉은 이미지는 무덤 안에서 밖을 본 그림이다. 집 안 거실 소파에 누워서 나는 왜 이런 상황에 있을까, 나는 왜 이런 감정이 들까 하면서 굉장히 힘들었던 기간이 있었는데, 그 깜깜한 거실 창문에서 해가 확 들어오는 모습을 물에 잠긴 무덤 안에 있는 나에게 빛이 말을 걸어오는 이미지로 형상화하면서 만들어진 이미지다.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음악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지금도 곡을 만들고 있다. 이제 앞으로 공연을 이어갈 텐데, 공연을 위해선 3~4곡 정도가 더 필요할 것 같아서 발매를 위해 작업 중이다. 이번 앨범은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어서 어두운 곡들이 좀 많다. 그러다 보니 공연에 쓰기엔 너무 무겁다는 의견이 많더라. 좀 더 공연에 어울리는 곡들을 만들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고, 여러 방면으로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진행 : 이승원
정리 : 이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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