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차트 전면에서 위력을 과시한 것은 대부분 남성이었으나 장르적 가치 측면에서 여성 뮤지션들의 활약과 행보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유의 관능미로 컨트리와 팝 결합의 방법론적 완성을 보여준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 신세대 베드룸 팝의 렌즈를 씌운 페이 웹스터 등 몇몇 인물들은 브로 컨트리에서 찾아보기 힘든 유려한 멜로디 메이킹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탐구를 시도했고, 예술적 깊이를 증대하면서 장르의 현대적 가치를 확장시키기도 했다.
주목받는 인디 록 신성을 지나 2020년 걸작 < Saint Cloud >를 통해 현대 컨트리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싱어송라이터 왁사해치는 비교적 컨트리와 아메리카나(Americana)의 미학에 집중한다. 동시에 인디 록, 포크의 방법론과 감성을 유연하게 접합하고 고유의 유려하고 드라마틱한 작사, 작곡 형식을 유지하면서 자연스레 청자를 작품의 서사 속으로 끌어당긴다.
이러한 구성 면에서 이번 < Tigers Blood >는 분명히 전작 < Saint Cloud >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본작이 가지는 특별한 지점은 확연히 발전된 역동성에 있다. 특히 앨범의 전반부에서, 서던 록의 전진적 색채를 강하게 취하고 다양한 악기 구성을 첨가하면서 포크나 컨트리가 쉽게 빠지는 일률과 지루함의 늪에서 부드럽게 벗어난다.
그 과정에서 싱어송라이터 엠제이 렌더맨(MJ Lenderman)의 새로운 참여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슬래커 록(Slacker Rock), 슈게이즈(Shoegaze) 기반의 밴드 웬즈데이(Wednesday)를 이끄는 그의 일렉트릭 기타는 기존의 멜로디 라인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특유의 다이나믹을 형성하는 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인트로 '3 sisters'의 황홀한 점층적 구조, 'Bored'의 격정적 질주가 빛날 수 있는 것 또한 그의 섬세한 솜씨 덕이다.
보컬 표현 면에서도 작품은 특히 두드러진다. 여전히 우아한 선율 위에서 잔디밭처럼 거친 질감이 아슬아슬하게 진동하는 왁사해치의 보컬은 위태로운 듯 평화로운 작품의 정서, 그 속에 점철된 독특한 시적 수사들을 폐부에 직접적으로 주입한다. 영리하고 적극적인 백 보컬 사용 또한 인상적이다. 동료 컨트리 싱어송라이터 제스 윌리엄슨(Jess Williamson)과 함께 플레인스(Plains)의 이름으로 발표된 < I Walked With You A Ways >에서 발전된 표현 양식인데, 이와 같은 입체적 묘사 방식이 연주의 양감을 부각하며 화자의 의도는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이룩한 표현력의 절정. 컨트리의 황금기 속 가장 정갈하고 소담한, 또 아름답고 강인한 소리로 기록될 < Tigers Blood >는 현대 인디가 추구하는 미학을 컨트리의 토속성과 완벽에 가깝게 결합하며 아메리카나라는 장르를 새롭게 정의한다. 픽업트럭 위의 < Saint Cloud >에서 잔디 위에 우뚝 선 < Tigers Blood >로, 왁사해치의 작은 모험들은 그렇게 굳센 발돋움으로 완성된다.
-수록곡-
1. 3 sisters
2. Evil spawn
3. Ice cold
4. Right back to it (Feat. MJ Lenderman)
5. Burns out at midnight
6. Bored
7. Lone star lake
8. Crimes of the heart
9. Crowbar
10. 365
11. The wolves
12. Tigers bloo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