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3년간 돌파구를 찾아 헤맸다. 여린 면을 부드러운 싱잉 랩 문법으로 풀어낸 < S.i.r >과 마구잡이로 내달리며 공격성을 분출하는 < Robert >라는 소규모 페르소나를 차례로 공개해 자아를 분리하는 작업을 먼저 거쳤다. 그리고 각 분야에서의 연마가 끝나자 이 양면을 조립해 본인의 복합적인 아이덴티티를 상징한 < Sir.Robert >를 완성한다. 상반된 공간을 이어 붙인 고도 기술의 승강장은 곧 여러 장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너른 스펙트럼을 입증하는 장소가 된다.
허리를 중심으로 음양을 나눈 구조는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대신 위력을 곳곳에 분산해 편이한 접근성을 강조했다. 방향을 아예 재고하기보다는 전술에 살짝 변화를 준 셈. 펑키(funky)한 비트로 강도를 대폭 낮춘 '새'는 적응할 시간을 친절하게 마련하고, 점차 가속을 더해 극한의 드럼앤베이스 트랙 '무중력'과 'Hercules!'에 이르러서는 비슷한 성격을 가진 래퍼와의 랠리를 주도해 맞불 작전을 펼친다.
물론 허성현, 정상수, 저스디스, 챤미나 등 강력한 외세 침입에도 기량을 뽐내며 중심을 단단히 지킨 초반 잔상이 강한 탓에 후반부의 감상이 반감된다. 뒤이어 나올 '벚꽃'의 선율적 측면을 고려하며 두 기조를 배합한 'Moon'이 인터루드 혹은 징검다리 역할을 자행할지언정 'Hercules!'의 무자비한 속도감에 비하면 여전히 급격한 국면 전환으로 남는다. 침착하게 속도를 쌓아 올리던 양상과 다르게 빠른 감속은 갑작스러운 정지 신호에 관성을 잊지 못한 몸이 붕 뜨는 효과를 안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 Sir.Robert >는 성숙과 정제의 키워드 안에서 착실하게 발전의 실마리를 찾아나간다. 손을 계속 부르는 핑거 푸드 같은 캐치함과 개성 뚜렷한 아이코닉함의 공존을, 그리고 매끄러운 앨범 단위의 연출을 획득하며 바비라는 인물이 커리어보다 작업물로서의 증명을 더욱 중요시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깨닫게 한다. 가볍게 듣다보면 자연스레 그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덜어낸 무게감 만큼 더 멀리 뻗어가고 더 깊게 파고든 덕이다.
- 수록곡 -
1. Intro
2. 새 (Feat. 허성현)
3. Why stop now (Feat. 정상수)
4. 무중력 (Feat. 챤미나)

5. Hercules! (Feat. JUSTHIS)

6. Moon (Feat. iHwak)
7. 벚꽃
8. 너가 그러라한다면

9. Drowning (Feat. SOLE)
10. 2030 머릿속
11. Help me out o kill me not
12. 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