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하기 힘든 인기와 지표의 근거는 정규 4집 < 2093 >에서 찾아볼 수 있다. 블레이드 러너를 연상케 하는 가죽 재킷, 디스토피아 분위기로 얼룩진 도시, 영화 < 프로메테우스 >의 배경인 2093년을 내건 제목. 이는 플레이보이 카티의 < Whole Lotta Red >(2020)와 트리피 레드(Trippie Redd)의 'Miss the rage'(2021)를 효시 삼아 들불처럼 번진 '힙합의 미래주의', 레이지(rage) 열풍의 유산이다. 장르의 특징이기도 한 왱왱거리는 전자음과 분열적인 루프 반복이 두드러지는 이유다.
차별화된 무기는 쨍하게 가공된 인더스트리얼 비트 위 낮은 음역대의 랩이 쌓아 올리는 독특한 시너지다. 'Team CEO'로 개막하는 중반부를 주목해야 한다. 다프트 펑크가 하사한 'Starboy' 풍의 드럼 패턴과 < Yeezus >의 글리치 요소가 뒤섞여 진녹색 환각에 어울릴 법한 사운드를 형성한다. 뒤이어 음산한 버즈음이 가득한 '2093'과 퓨처(Future)의 트렌디한 피처링을 입힌 'Stand on it'으로 이어지는 매끄러운 연결부도 시선을 잡아끈다. 긴박한 구성과 구미가 당기는 트랩 비트의 'Breathe'와 'Run they mouth' 역시 놓칠 수 없는 트랙이다.
유행의 수혜자가 아닌 독립 예술가로 자기색을 규정하려는 의지는 거진 홀로 담당한 스물네 곡의 대규모 라인업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건 동시에 단점이 되기도 한다. 명료한 훅보다 아른거리는 분위기에 의존하는 작법이기에 앨범의 거대한 볼륨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대신 실권을 휘어잡았어야 할 이트 본인도 화려한 랩 퍼포먼스를 구사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 소수의 킬링 트랙만이 징검다리처럼 놓인 구조도 지루하게 들릴 여지가 있다. 방향은 옳지만 산재한 아이디어를 합칠 방안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피력하고자 하는 포인트가 명확하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시금 허슬의 정의가 '다작'이 되려 하는 지금, 일 년 터울의 정규작을 연달아 발매하며 성실히 디스코그래피를 꾸며온 이트의 연습벌레 같은 행보가 청신호를 알렸다. 현 기준 스포티파이 월별 청취자 2,300만 명에 달하는 무서운 상승세의 스타가 수많은 음악 범람의 현장에서 가닥을 잡아가는 과정은 분명 유의미한 시사점을 남긴다. 극심한 위기론자들의 왈가왈부가 오가는 지금의 힙합은 어떻게 소비되고 어떻게 제작되는가. 그 해답이 빼곡하게 서술된 < 2093 >은 새로 융기된 에라(era)의 도래를 알린다.
- 수록곡 -
1. Psycho ceo
2. Power trip
3. Breathe
4. More
5. Bought the earth
6. Nothing change
7. As we speak (Feat. Drake)
8. U should know
9. Lyfestyle (With Lil Wayne)
10. Iluv
11. Tell me
12. Shade
13. Never quit
14. Keep pushin
15. Riot & set it off
16. Team ceo
17. 2093
18. Stand on it (With Future)
19. Familia
20. Mr. Inbetweenit
21. Psychocaine
22. Run they mouth
23. If we being real
24. 10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