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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나에게 일종의 묘약 같은 역할을 했다. 이 약은 불안함과 자기혐오로 점철된 머릿속을 전환해주는 효과를 가졌다. 생각을 바꿔줄 밝고 가사에 주로 긍정적인 의미가 담긴 곡이 내 취향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나에게 영향을 준 귀로 듣는 책 같은 여섯 곡을 골라 보았다. 글을 읽고 있는 분들 또한 이 곡들을 들으면서 날뛰는 감정을 온순하게 다듬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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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이 곡은 나의 '데미안'이다. 알을 깨어 세상에 나올 용기를 준 친구이며 자신과 비슷한 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첫 도약이 됐다. 가사에 등장하는 '너'를 고스란히 '음악'으로 치환하면 내가 음악에 표하는 감사가 된다. 생각만 해도 강해지고 울지 않게 나를 도와주었다. 노래의 주인공은 아직 미성숙하다. 두려움을 간파한 게 아니었다. 그것은 이겨내는 과정에서 함께하자고 기꺼이 손을 내밀 따스함을 가진 이였다. 타인이 품는 미지에 대한 막연한 걱정을 딛고 올라서게 해주는 다정함은 음악으로부터 배운 첫 번째 가르침이 됐다.
초등학교 4학년, 뮤직비디오로 이 곡을 처음 만났다. 일상적으로 마주하던 경험이건만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가사를 곱씹게 된 건 조금 더 성장한 뒤의 이야기였고 멜로디에 이끌렸다. 고백하자면 해소되지 못할 겁을 어릴 적부터 안고 살았다. 몇 차례 의사를 내방해도 고치지 못했던 것을 이 음악이 완전히 끊어주진 못했더라도 해열해 줬다. 그 값진 경험, 그것이 음악이라는 세계로 나아가는 차원문이 되어 삶에서 매겨지는 많은 것의 가치를 재배열했다. 길에서 스피커로 흐르는 배경에 지나지 않던 음악을 이어폰으로 골라 듣게 된 시작점은 이 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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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카이 노 오와리(SEKAI NO OWARI) 'Dragon night'
접하지 않았던 타국의 음악을 듣고 싶어 하던 중 처음 발견한 일본 밴드의 음악이 영어로 부른 이 곡이었다. 오토튠이 가미된 미성, 전자음이 주는 청각적 쾌감에 사로잡혀 바로 'Dragon night'이 수록된 정규 앨범을 들었다. 앨범 < Tree >는 밴드의 일반적 구성이 아니었기에 실현해 낸 넓은 가능성으로 풀어져 있었다. 피아노, 기타, 보컬, DJ로 이루어진 팀이었기에 할 수 있던 심장 박동 소리를 드럼으로, 불꽃이 쏘아지는 찰나 혹은 물이 튀어 올랐다가 떨어지는 소리를 이어 붙여 음계를 만들고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며 기차 움직임 등 현장음을 차용한 사운드가 독특했다.
특히 'Dragon night'에 애정을 쏟게 된 이유는 가사 덕분이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행동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고 내 정의도 누군가를 상처입혔겠지'라는 깨달음과 자기반성이 반영된 가사는 갓 성인이 된 당시에 어떤 문장보다 세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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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친한 친구 중에 우울을 슬픈 음악으로 회복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언제나 밝은 곡으로 부정을 덮어 그걸 쉽사리 이해하지 못했다. 내게 역설적으로 슬픔을 쏟아내고 얻게 되는 힘을 비로소 알게 해준 곡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이다. 주변 사람들의 말을 통하면 지하까지 뚫었다가 반등하는 힘인 셈이다.
일상적인 차 경적 혹은 종이를 넘기는 소리, 자그마한 인기척이 그대로 느껴지며 첼로와 오직 한 사람의 목소리가 6분이 넘어가는 시간을 맡는다. 공백이 오히려 스며들 감정의 여지를 많이 준다. 가사처럼 '결국 내게 상처를 줬던 사건들은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같은 주제를 이야기할 상대는 일상에서 그리 쉽게 찾긴 어렵다. 설령 찾았다고 한들 염세적인 이야기를 매번 나눈다는 건 감정 소모가 빨라 조심스럽다.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울분을 몇 번이든 쏟아낼 대상이 필요할 때면 이 곡을 꺼내 듣는다. 열이 잔뜩 오르다가도 차분히 가라앉는 안식을 맞이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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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겐(Gen Hoshino) 'Idea'
나는 청량함이 귀를 채워주는 곡을 좋아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음악을 좋아한다. 그러면서 가사까지 좋다면 최고의 음악이 된다. 마림바 소리가 발랄하고 힙합과 어쿠스틱 사운드가 가미된 'Idea'는 내 취향을 극대화했다. 가사에서는 삶을 가로막는 그림자에 아이디어를 덧대 긍정적으로 풀어가자는 태도를 보이고 '빗소리로 노래 부르자'는 표현에서 은유를 거둬내면 스토아학파이던 철학자 세네카의 말이 떠오른다.
언급한 고대 인물의 논지를 요약하자면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부정적 상황을 뒤집고자 스스로 바꿀 수 있는 본인 생각의 긍정적 전환을 지향하는 것이다. 똑같은 의미를 이 곡에서 느꼈다. 누구보다 스스로 상처 주는 말을 되뇌는 습관을 'Idea'와 만남으로써 많이 풀어냈다. 먼 타국의 어떤 가수가 노래로 먼저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책으로 잠언을 한참을 읽었더라도 철학가들이 외친 뜻에 닿기 힘들었을 것이다. 삶이 지칠 때 이 음악을 귀에 꽉 차게 담아내고 마지막 징의 울림까지 다 듣고 나면 필연적으로 다시 뛸 동력을 얻는다. 가사에 썼듯 '모든 걸 뛰어넘어' 자신의 이야기가 닿길 바라는 마음이 만든 효과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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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카겔 'No pain'
내가 깊은 애정을 드러내는 것들을 자세히 보면 결핍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러 이유로 힘들어하던 때에 신곡들을 듣다가 이 곡을 접했다. 가사를 느끼기 전에 강렬하게 붙잡아 두는 기타 리프에 이끌려 다음 곡으로 넘기지 않고 생경한 인물의 말을 들었다. 평소에 소외를 많이 느끼고 자책을 많이 하기에 더 주목한 '날 미워하지 마'라는 표현을 필두로 모든 문장이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No pain'과 'Mercurial'의 '사실'과 '잠시'의 차이처럼 비관적인 생각을 전향적인 생각으로 바꾸려는 태도를 늘 지니고 있어서 곡에서 나약함을 연대로 감싸는 모습에 공감의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들의 연주를 직접 보고 싶어 군인 신분이던 때 전투복을 입은 채 록 페스티벌을 갔다. 많은 관중이 이 밴드의 장점으로 꼽듯 압도하는 라이브를 맛본 현장은 이들이 노래로 표현한 '내가 만든 집'에 초대된 느낌을 주었다. 그 자리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자연스레 음악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친한 친구가 된 경험은 악기를 든 네 명이 선물해 준 순간인 듯 느껴졌다. 온몸으로 더 듣고 싶어 찾은 여러 무대에서 많은 사람과 호흡했고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면서 예전 같으면 시작도 전에 고꾸라졌을 많은 도전을 시도해 보는 때가 늘었다. 'No pain'을 안 후로 용기라는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을 완성했기에 감사한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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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겔리스(Vangelis) 'To the Unknown man'
실리카겔의 'No pain'에 매료된 채 또 다른 신보를 들었을 때 'Machineboy空'에 푹 빠졌다. 내레이션 조금을 제외하면 러닝타임 9분이 모두 연주로 채워진 곡이다. 가사로 뜻을 전하기보다 밴드의 합주, 피아노 독주로만 이루어져 있는데도 삶의 과정을 느끼고 감동받았다. 그 후로 연주곡에도 흥미가 생겨 최근 들어서는 브라이언 이노부터 요시무라 히로시 등으로 대표되는 잔잔한 전자음악인 앰비언트 뮤직, 존 케이지, 필립 글래스, 막스 리히터, 올라퍼 아르날즈 등의 현대음악가들의 곡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게 됐다. 탐구의 나날이 이어지던 중에 이 모든 장르가 한데 어우러지는 영화 음악에도 큰 관심을 갖게 되면서 반겔리스를 알게 되었다.
그의 족적을 따라가던 중 발견한 이 곡은 신시사이저 소리가 좌우로 반복돼 움직이다가 드럼이 들어올 때 거대한 결의를 다지게 된다. 태울 의지가 없이 축 늘어져 있을 때도 벌떡 일어나는 마법을 선사한다. 'Unknown man'의 자리에 내 이름을 집어넣고 응원을 받은 느낌을 요즘 하루 한 번 수혈한다. 이렇듯 처음의 '다시 만난 세계'부터 이 곡 그리고 앞으로 더 찾게 될 곡들까지 많은 음악의 힘을 받으며 인생의 순간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중이다.
이미지 편집 : 김태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