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원맨 밴드 블리처스의 네 번째 앨범 < Bleachers >에는 그러나 정작 번뜩이는 무언가가 없다. 먹먹하게 막을 입혀 쌓은 보컬과 뚜렷한 낙차가 부재한 선율, 희미한 드럼과 진동하는 신스 베이스 등 프로듀서로서 그의 근황을 전시하는 음반은 안정적이기는 해도 흥미로운 요소를 찾아보기 힘들다. 특별히 언급할 만한 사항도 디스코그래피에서 그가 줄곧 애정을 보내던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그림자만이 더욱 짙게 드리웠다는 사실에 그친다.
어릴 적부터 마주한 삶의 고난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풀어내는 잭 안토노프의 음향 설계는 데뷔 앨범 < Strange Desire > 정도를 제외하면 대체로 소극적이었다. 다른 아티스트에게 투사했을 때 우수에 젖은 그의 정서는 Z세대의 시대정신을 자극했을지 몰라도 정작 자신의 작품에서는 특색 없는 그의 보컬과 만나 밋밋하게 마무리된다. 'Me before you'가 단적인 예시로, 불안했던 마음이 아내를 만나 바뀌었다는 가사가 무색하게 노래는 귀엽긴 해도 감동적이지는 않다.
농도가 더 진해진 레퍼런스도 감상을 방해하는데, 특히 라나 델 레이가 함께한 'Alma mater'에서 잭 안토노프의 톤은 브루스 스프링스틴에 대한 오마주 이상의 패러디로도 들린다. 'Jesus is dead'나 'Tiny moves' 등 광활한 대지 위 로드무비를 재현하려는 낭만적 시도가 간간이 돋보이나 대다수의 곡은 목소리가 형체를 쉬이 드려내려 하지 않으니 현실은 늦은 밤 기진맥진한 배낭여행이다. 그에게 더 적합한 무대는 군중 사이일 수도 있겠다. 분주하게 반복되는 관악기에 바쁘게 온갖 단어를 던지는 'Modern girl'은 음반에서 몇 안 되게 해학을 가진 트랙이다.
중대한 결함이 있는 앨범은 아니지만 그가 팝 세계 전반에 남긴 흔적은 비교군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1975의 < Being Funny In A Foreign Language >, 플로렌스 앤 더 머신의 < Dance Fever >를 비롯해 프로듀서로 참여한 여러 작품과 견주었을 때 재미가 확실히 떨어지는 < Bleachers >는 그의 캐릭터를 정립한다. < Solar Power > 시기 주권은 자신이 쥐고 있다던 로드의 발언처럼 그는 도움을 주는 역할일 때 가장 빛나는 사람인 것이다. 다소 씁쓸하지만 세상에는 조력자로 성공하기도 쉽지 않은 법. 블리처스의 이상신호는 잭 안토노프와 무관하다.
-수록곡-
1. I am right on time
2. Modern girl
3. Jesus is dead
4. Me before you
5. Alma mater
6. Tiny moves
7. Isimo
8. Woke up today
9. Self respect
10. Hey Joe
11. Call me after midnight
12. We are going to know each other
13. Ordinary heaven
14. The wai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