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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eature    특집
      • IZM 신입 에디터의 '내 인생의 음악' - 신동규
      • DATE : 2024/03   |   HIT : 2571
      • by 신동규

      • 모든 음악에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곡 속 화자의 것일 수도 있고 작곡자나 가창자의 것일 수도 있으며 본인인지도 모르고 살아갈 아무개의 것일 수도 있다. 흥미로운 건 혹자의 이야기가 담긴 음악은 또다시 누군가의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다. 주체의 변화만이 존재하는 유쾌한 선순환이랄까. 그렇게 듣게 된 음악은 설령 본인이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숨죽인 채 삶에 반영된다. 모든 사람에게 그러하듯 나에게도 소중한 이야기가 담긴 음악이 존재한다. 지면의 부족함을 탓하기에는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지만 아쉬움은 뒤로 하고 누군가의 음악이자 곧 나의 음악이 된 5곡을 소개하며 IZM에서의 첫인사를 드린다.


        넥스트(N.EX.T) 'The ocean : 불멸에 관하여'
        음악을 듣고 경험한 최초의 충격이었다. 이 곡은 내게 음악이 담아낼 수 있는 깊이를 인지하게 했다. 삶과 죽음 간의 경계와 그 의미를 논하고 죽는다는 것이 전하는 막연한 두려움과 이를 피하고 싶은 욕망, 그것의 허영을 다룬다. 20대의 신해철이 품었던 고뇌의 흔적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죽음을 초월하는 방식이 회피가 아닌 수용에 있음을 일깨우는 노랫말은 경외감마저 느끼게 한다. 신시사이저와 기타의 솔로 파트가 주는 극한의 처연함은 전설적인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킹 크림슨으로부터 받은 영향을 차치하고도 그 자체로 아름답다. 나아가 감정을 억누르는 듯한 보컬은 달관의 경지에 오른 선인의 자태를 연상케 한다.

        만화영화보다도 신해철의 음악을 좋아하던 10살짜리 꼬마 아이가 있었다. 신해철의 발자취가 담긴 LP와 CD, 심지어 1997년의 마지막 날에 있었던 넥스트 해체 콘서트 티켓까지 간직하고 있던 아버지께 받은 영향이었다. 불과 몇 년 후, 이 한 곡을 온전히 이해하고 싶어서 시작한 음악 공부가 이 글을 쓰는 자리까지 이어졌으니 인생 음악이 아닐 수가 없을 것이다. '50년 후의 내 모습'을 노래하던 모습과는 역설적이게도 너무나 빨리 '사라질 뿐'이었던 그였지만 남기고 간 음악만큼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불멸할 것임을 믿는다.


        이승환 'Fall to fly'
        신해철은 철학적인 가사로 인생을 반추하게 했다면 이승환은 다듬어진 소리를 체감하는 즐거움을 알려주었다. 고품질의 소리를 향한 집념은 그에게는 집착에 가깝다. 나는 그의 공연을 갈 때마다 놀라곤 한다. 지치지 않는 체력만큼이나 확실한 소리의 존재를 느낄 때가 그렇다. '공연의 신'이란 타이틀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가 보다. 1995년 발매한 정규 4집 < Human >의 앞서간 사운드도 어느덧 세월이 흘러 시대성을 갖게 된 시점에서 이승환은 < Fall To Fly 前 >으로 자신의 한계치를 경신하며 장인의 반열에 오른다.

        첫 트랙 'Fall to fly'는 그 중심이다. 날개가 있음을 알기 위해서는 떨어져 보아야 한다는 강렬한 직언과 꿈의 실현을 희망하는 메시지는 온전히 정제된 소리의 힘으로 전개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커지는 스케일을 조절하며 우아하게 표현하는 노련함도 놀라움이다. 어떻게 부르는가와 어떻게 듣는가 만큼 중요한 것은 어떻게 들리는가이다. 이 곡은 그 질문에 좋은 답변이 될 수 있다. 나에게 있어 이승환의 음악은 단순히 재생되는 것이 아닌 새로이 연주되는 것이다.


        버클리 제임스 하비스트(Barclay James Harvest) 'Poor man's moody blues'
        비교적 쉽게 들을 수 있었던 헤비메탈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유 모를 반항감은 나를 프로그레시브 록에 안착시켰다. 이해의 여부와 상관없이 대곡이 만들어낸 장대함의 미학에 젖어있던 시기였다. 특히 예스의 < Fragile >과 펠트의 < Felt >는 항상 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나에겐 음반을 모으는 오래된 취미가 있다. 여느 때처럼 음반을 사러 간 단골 레코드숍의 사장님께서 분명 좋아할 것이라며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을 권하셨던 그날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버클리 제임스 하비스트의 곡은 철저히 자극이 배제된 채 전개된다. 팝으로도 분류되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무디 블루스와 비교되며 그들의 그늘 속에 존재하던 순간도 많았지만 상하를 떠나 클래식과 록을 접목한 형태로 온화한 감상을 다루는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로서는 독보적이다. 클래시컬한 도입부부터 존 리즈의 기타로 마무리되는 약 7분간의 전개는 다소 단조롭지만 진정성으로 밀도를 채운다. 이 곡은 어느 순간에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 노래다.


        버팔로 스프링필드(Buffalo Springfield) 'For what It's worth'
        3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발매한 3장의 앨범과 크로스비 스틸스 내시 앤 영, 포코, 로긴스 앤 메시나 등으로 이어지는 구성원들의 행보는 이들이 그야말로 슈퍼 밴드였음을 증명한다. 데뷔 앨범에서는 작업의 전반을 주도했던 스테픈 스틸스의 영향력이 돋보인다. 그중 'For what It's worth'는 그가 빚어낸 그룹의 대표곡이다. 저항성이 담긴 가사나 반전(反戰) 운동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후대의 가치와는 별개로 차분한 기타 톤과 투박하지만 정직한 보컬은 묘한 중독성을 갖는다.

        프로그레시브 록에 한창 빠져있을 당시 이 곡을 만난 것은 분명 행운이었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듣게 되었는데 복잡하고 화려한 구성이나 작가주의적 접근법이 곧 뛰어난 음악성을 대표한다고 생각했던 나의 편협하고 위험한 사고를 가볍게 부수고 포크, 컨트리,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를 향한 욕심을 갖게 해준 고마운 곡이다. 오늘날에는 비단 포크 록뿐만 아니라 팝의 원류 중 하나로써 기능한다. 발매한 지 6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도 들을 때마다 나를 미국 서부의 어느 한적한 마을로 데려가는 마성의 매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비비 킹(B.B. King) 'Riding with the king'
        에릭 클랩튼과 비비 킹의 합이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무시무시한 경력 앞에서 해석에 지레 겁을 먹곤 감상에 주저하던 내가 미웠다. 앨범의 마지막 곡이 끝날 때까지 두 거장의 만남은 겸손과 양보로 가득 차 있다. 누구 하나 앞서려 하지도 않고 뽐내려고 하지도 않는다.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길 뿐이다. 그 속에서 발현된 순간의 노련함은 여전히 나를 미치게 만든다. 가사를 표현하는 보컬의 상징성도 중요하지만 이를 담아내는 연주자의 존재감을 다시금 일깨워준 앨범이다.

        그 중 'Riding with the king'은 1950년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는 장대한 블루스 바이블을 제작하는 작업에 선봉으로써 첫 트랙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원곡은 1983년에 발매된 존 하이어트의 곡으로 블루스의 왕을 향한 존앙의 의미를 담아 앨범의 전체적인 컨셉트로 재해석했다. 조화롭게 결속된 블루스 기타만큼이나 존재감을 드러내는 드럼과 건반의 장난기를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제목에 맞추어 비비 킹을 상석에 모신 채 운전석에 탄 에릭 클랩튼의 모습을 담은 앨범 재킷과 첫 순서에 배치한 기민함까지 그저 모든 것이 흥겹다.


        이미지 편집 : 김태훈
      • 2024/03 신동규(momdk778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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