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제 어리지 않다. 런던 거리를 거닐던 소년은 어느덧 어른이 되어 LA의 해안도로를 달리며 병든 사회보다는 본인을 먼저 돌아본다. < What Happened To The Beach? >는 그동안 밖으로만 발산하기에 바빴던 에너지를 안으로 응축한 결과물이다. 비틀즈와 데이비드 보위에서 출발해 벡, 엠지엠티(MGMT), 테임 임팔라, 언노운 모탈 오케스트라 등을 거쳐 밝고 즐거운 사이키델릭 팝을 선보인다.
첫 트랙 'Wobble'에서 그는 자기 내면을 어루만진다. 삶의 변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느끼는 외로움을 해변에서의 춤으로 풀어내는 동안 어쿠스틱 기타와 전자음도 예쁘게 일렁인다. 약간의 노스탤지어와 우울감은 오히려 긍정적인 사색의 첫 단추다. 댄서블한 비트와 미니멀한 브라스 세션을 가진 'Elevator hum'은 춤의 연장이자 자유를 꿈꾸는 가치관의 재확인이다.
'Sympathy'는 그가 이번 앨범을 통해 이루고 싶어 했던 음악적 성취와 가치 탐구의 정수다. 똑똑한 이성보다 평화와 자유를 꿈꾸는 감성을 중시하는 낙관주의적 가사는 레트로한 질감의 사운드와도 자연스레 융합된다. 진지한 메시지와 맥시멀리즘의 압박에서 벗어난 덕분인지 곡에 담긴 행복감도 풍성하게 다가온다.
'Mulholland's dinner and wine'은 LA의 멀홀랜드 드라이브 도로를 중심으로 환상과 일상 사이에서 오는 혼란을, 'I write the news'는 런던과 LA를 오가며 느낀 좌절감을 노래하나 사회비판보다는 그 속에서 사랑 또는 자유를 찾는 본인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축소된 관점과 함께 사운드도 덩달아 미니멀해지니 주제와 음악이 모두 뚜렷하다. 특히 'I write the news'는 조지 해리슨으로 시작해 벡으로 끝나는 스타일에서 그의 음악적 줄기를 선명하게 나타낸다.
선명한 사이키델릭의 향연이 이어지는 가운데, 직관적이고 빠른 템포의 록 트랙은 더욱 빛을 발한다. 통통 튀는 사운드와 노이즈 가득한 후반부 구성을 가진 'Nothing works'는 가장 이질적이기에 희소가치가 크다. 역동성 자체는 전작과 유사하나 한결 깔끔하다. 이어지는 'The phantom buzz (kick in)'은 일렉트릭 기타의 쾌감을 강조해 즐거움을 연장한다.
해일이 짧게 휩쓸고 간 바닷가에 다시 잔잔하고 나른한 밀물이 들어온다. 멜랑꼴리한 감각의 'Honest test'에서는 나쁜 감정을 차단하고자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모습이 포착된다. 'Mezzanine'은 유쾌한 브라스로 가벼워진 마음을 표현하며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블루지한 'It's an act'는 해결할 수 없는 아픔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성숙하게 감정을 달랜다. 전체적으로 우울감이 도사리나 후련함이 더 크게 다가오는 성장의 서사다.
감정의 찌꺼기를 파도에 실어 떠나보내니 맑고 새로운 음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과정에서 소년은 어른이 됐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머무른 해변에서 일어난 아주 멋지고 중요한 일이 아니겠는가.
- 수록곡 -
1. Wobble
2. Elevator hum
3. I write the news
4. Sympathy
5. Mulholland's dinner and wine
6. Breath of light
7. Nothing works
8. The phantom buzz (kick in)
9. Honest test
10. Mezzanine
11. It's an act
12. 4 more year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