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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각종 행사장에서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나타난 비욘세를 보고 설마설마했는데, 그 예상이 현실이 되었다. 2월 11일 두 싱글 '16 Carriages'와 'Texas hold 'em'을 발매하며 < Renaissance >의 후속 컨트리 앨범을 예고한 것이다. 그의 행보에는 2023년 컨트리 붐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테다. 12월 말 전설적인 뮤지션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s'의 커버 버전을 공개하며 새 앨범 < Lasso >를 예고한 라나 델 레이도 언급했듯, 현재 컨트리의 시장성은 폭발 중이다.
2010년대 중후반에도 비슷한 시류는 있었다. 2016년 가을 발매된 레이디 가가의 < Joanne >, 그리고 이듬해 등장한 케샤의 < Rainbow >와 마일리 사이러스의 < Younger Now > 등 주류 여성 뮤지션의 컨트리 시도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기존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의 이미지 탈피 및 '진실된' 음악가로서의 자아 표출을 위한 수단에 가까웠다. 따라서 그들의 경우는 원디렉션의 멤버에서 록스타로 재탄생한 해리 스타일스 쪽과 비슷하지, 지금과는 결이 살짝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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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 컨트리(Bro-Country)의 등장
그렇다면 오늘날 컨트리 부흥의 시초를 어디로 볼 수 있을까? 물론 1950~60년대부터 컨트리는 시골 백인 민요 '힐빌리(Hillbilly)' 이미지를 벗기 위해 팝과의 융합을 도모했고, 1970년대 올리비아 뉴튼 존, 1980년대 돌리 파튼, 1990년대 샤니아 트웨인과 2000년대 캐리 언더우드와 테일러 스위프트 등 많은 여성 아티스트가 '컨트리 팝'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환경 조성을 본격화한 기점은 2010년대 '브로 컨트리'의 탄생이다. 힙스터의 댄스 음악이었던 덥스텝을 양지의 마초 문화로 끌고 온 스크릴렉스의 '브로스텝'과 유래가 유사하다. 찰랑거리는 기타와 밴조 등 장르의 기본 뼈대에 업비트 리듬을 부각하여 청바지 차림으로 트럭을 끌고 다니는 '남성적인' 주인공과 매력적인 여성을 대입한 가사가 특징적이다. 아, 술과 신나는 파티도 빼놓을 수 없다.
포장마차와 이별이 필수인 한국의 '술라드'처럼 단순하다는 비판과 가부장적 스테레오타입을 조장한다는 평가에도 브로 컨트리의 입지는 단단했다. 명칭의 원조인 듀오 플로리다 조지아 라인(Florida Georgia Line)의 2012년 데뷔 싱글 'Cruise'가 빌보드 차트 4위에 오른 이후 루크 브라이언(Luke Bryan)과 블레이크 쉘턴(Blake Shelton) 등 기성 가수와 샘 헌트(Sam Hunt), 토마스 레트(Thomas Rhett) 등 젊은 세대가 이 흐름에 동참했다. 주인공은 역시 '미국의 임영웅' 모건 월렌. 2014년 오디션 프로그램 < 보이스(The Voice) >에 참가한 그는 2년 후 컨트리 스타로 돌아왔고, 2018년 데뷔 앨범 < If I Know Me >를 빌보드 앨범 차트 10위에 올리며 약 30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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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 흥행은 틱톡을 타고
자연스레 맞물린 것이 바로 틱톡(TikTok)의 출현이다. 바이럴 영상의 조상 격인 플랫폼 바인(Vine), 2016년 레이 슈레멀드의 'Black Beatles'를 사용한 '마네킹 챌린지' 이후 대거 쏟아진 챌린지 문화를 모두 흡수하면서 틱톡은 2010년대 후반부터 음악의 흥행을 결정짓는 최대 요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 태동기의 최대 수혜자도 바로 컨트리 아닌 컨트리, 'Old town road'였다.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가 발표한, 힙합과 컨트리를 섞은 이 노래는 처음에는 장르 분류의 문제로 컨트리 차트에서 배제되기도 했으나 틱톡 상에서 'Yeehaw 챌린지'로 인기를 끌며 빌보드 정상에 올랐다. 뒤를 이어 마일리 사이러스의 아버지이자 유명 컨트리 가수인 빌리 레이 사이러스가 올라탄 리믹스의 지원을 받아 노래는 총 19주 1위라는 빌보드 싱글 차트의 대기록을 썼다.
'Old town road'가 촉발한 틱톡 열풍에 뛰어든 음악계, 이는 컨트리도 마찬가지였다. 대표적으로 모건 월렌의 '7 Summers'는 본래 앨범 수록 여부조차 불투명한 곡이었지만 발매 전부터 데모 버전이 틱톡에서 좋은 반응을 받은 덕에 6위까지 오르며 그의 빌보드 첫 탑텐 싱글이 되었다. 이를 기점으로 틱톡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그는 동시에 젊은 층의 섹스 심볼로도 등극했다. 2023년 연간 차트 1위를 차지한 그의 메가 히트곡 'Last night'는 이런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마지막일 수가 없는 그날 밤 난 네게 입을 맞췄고/너는 손끝으로 침대 시트를 꽉 쥐었지"
코로나19도 컨트리를 재조명했다. 일상이 중단된 상황에서 시골의 여유로운 정경과 가족적인 분위기가 구미를 당긴 것이다. 딸과 함께 촬영한 틱톡 댄스 챌린지에 힘입어 미국 싱글 차트 3위에 오른 워커 헤이즈(Walker Hayes)의 'Fancy like'가 이 케이스로, 월급날 가성비로 통하는 애플비(Applebee's) 레스토랑에서 "사치를 부린다"는 가사가 일종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마인드를 자극했다. 노년층에게도 팬데믹은 큰 터닝 포인트였다. 컨트리의 주 기반인 콘서트와 실물 음반 소비가 장애물을 만나자 주 소비자층인 노인들이 차트 반영 비율이 높은 스트리밍 서비스 사용을 학습했고, 이는 자연스레 빌보드 차트 내 컨트리의 득세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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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의 정치화
흥행에 대한 해석이 전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전통적으로 백인 집단과 보수층에서 사랑받은 장르인 만큼 인기 상승에 정치적인 입김이 작용했다는 논지다. 역시나 모건 월렌을 다시 언급할 수밖에 없다. 한창 주가가 상승하던 2021년 2일, 그가 흑인 비하 발언인 'N워드'를 사용하는 장면이 영상에 잡힌 것이다. 미국에서 특히 뜨거운 인종 차별 문제인 만큼 즉각 보이콧이 벌어졌으나 이는 반대로 미디어의 정치적 올바름 추세가 과도하다는 의견을 불러일으키며 함께 그의 팬을 결집시키는 사건이 되었다. (더보기)
모건 월렌이 탐탁치 않은 시선을 받는 와중 정치권에서 불타오른 두 싱글이 2023년 빌보드 1위에 올랐다. 베테랑 뮤지션 제이슨 알딘(Jason Aldean)의 'Try that in a small town'이 첫 번째 뜨거운 감자였다. "시골 마을에서 행패 부리면 큰코다친다"는 가사가 총기 소지를 옹호하며 인종차별을 부추긴다는 의견이 대두되었고, 더군다나 뮤직비디오가 흑인 소년 집단 린치 사건이 발생한 법원을 배경으로 하여 경찰과 시위대의 무력 충돌 장면을 삽입하면서 논란이 거세졌다. 컨트리 채널은 즉각 뮤직비디오 송출을 중단했으나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 선언과 공화당 측의 캠페인 송 사용이 이끈 음원 다운로드 운동 덕에 노래는 차트 정상에 안착했다.
같은 해 가을에는 무명 아마추어 뮤지션 올리버 앤소니(Oliver Anthony)가 발표한 'North men north of Richmond'라는 곡이 주목을 받았다. 블루칼라 일용직의 입장에서 부른, 가난한 노동자 계급 생활의 고충과 고위 정치인들의 세금 정책을 비판하는 가사가 미국인들의 감성을 자극한 것이다. 빌보드 1위로 데뷔하여 첫 차트인 싱글이 정상을 밟게 되었다는 유일무이한 기록을 세우자 공화당 측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공격으로 여기며 지지하는 한편, 민주당 측에서도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곡이라는 반론을 제기했다. 두 뮤지션 모두 본인의 음악이 특정 정치 세력과는 무관함을 주장했으나 실제 의도와 별개로 이들을 둘러싼 미국 정치판의 분쟁이 컨트리에 일부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웠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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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의 미래는 탈(脫) 컨트리?
흥미로운 점은 작년을 수놓았던 컨트리 히트곡과 실제 '컨트리'의 음악적 요소 간 괴리감이다. 제이슨 알딘의 경우는 일렉트릭 기타의 주된 사용으로 인해 오히려 포스트 그런지를 비롯한 얼터너티브 록에 더 가깝게 들린다. 모건 월렌도 크게 다르지 않다. 힙합처럼 한 앨범에 엄청난 수의 곡을 수록하는 방식 외 음악 자체적으로도 특유의 밀고 당기는 리듬의 존재감이 강해 사실상 컨트리 악기만 곁들인 싱잉 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골수 애호가들의 입장에서 2023년 주목받은 곡들은 그저 '팝'일 뿐이라는 의견이 많다.
장르 논쟁과 별개로 탈(脫) 컨트리 기조는 계속되는 중이다. 포크 가수 트레이시 채프먼의 1988년 곡 'Fast car'를 커버한 루크 콤즈의 사례를 먼저 들 수 있겠다. 투어에서 꾸준히 부르던 중 팬들의 요청으로 인해 정식 발매한 그의 버전은, 원곡에 대한 존경으로 "girl"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둔 것도 그렇고 사운드 또한 원곡과 흡사해 컨트리 성향이 사실상 전무하다. 노래가 빌보드 차트에서 8주간 2위를 차지하며 원곡보다 성공하자 흑인 여성 퀴어 음악인의 노래를 백인 남성이 사용했다는 식의 공격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2024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트레이시 채프먼과 듀엣 무대를 펼치며 세대와 인종을 뛰어넘은 화합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의 시상식에는 컨트리 래퍼 젤리 롤(Jelly Roll)이 또한 신인상 후보에 올랐다.
다른 하나는 자크 브라이언(Zach Bryan)이다. 컨트리의 발상지 내슈빌이 아니라 오클라호마 출신인 그는 유튜브에서 먼저 반응을 얻은 후 대형 레이블과 계약을 맺은 커리어부터 기성 스타들의 방식과 정반대였다. 공연이 중요한 특성상 컨트리 업계와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는 예매 플랫폼 티켓마스터를 < All My Homies Hate Ticketmaster >라는 라이브 앨범과 함께 비판하고, 심지어는 라디오 채널 홍보 활동마저 크게 참여하지 않을 정도로 일반적인 관습을 따르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미 올해의 앨범 수상자이자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을 드러내는 여성 컨트리 뮤지션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Kacey Musgraves)가 1위 싱글 "I remember everything"에 선뜻 참여한 것도 그의 성격을 함축한다. 컨트리 하면 으레 떠오르는 방식을 모두 거부하지만 오히려 젊은 층을 사로잡은 자크 브라이언은 현재 장르를 막론하고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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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K팝에서도 조금씩 차용의 움직임이 포착되는 중이다. 6인조 걸그룹 엔믹스가 최근 발표한 EP < Fe3O4: Break >의 수록곡 'Run for roses'의 사운드 구성을 피들과 밴조 등 전형적인 컨트리 악기로 꾸민 것이다. 과거에도 포미닛의 유닛 투윤(2YOON)이 '24/7'이라는 곡으로 컨트리 팝을 시도한 바 있지만 이 노래가 벤치마킹한 테일러 스위프트 풍의 틴팝 스타일과 2020년대 엔믹스의 퓨전 성향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미국의 트로트'로 여겨지던 장르가 이렇게 부활하리라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23년 급격한 수요 확대와 더불어 직면한 여러 논란을 생각하면 컨트리가 새로운 '팝'의 자리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한동안 팝을 밀어내고 고지를 점령했던 (트랩을 위시한) 힙합의 포지션을 노리고 있음은 분명하다. 대형 뮤지션들이 추가 참전을 선포하고 미국 국경 너머에서도 눈독을 들이는 상황, 2024년은 컨트리가 작년의 기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