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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즘의 표기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앨범 제목 – 각 단어의 첫 글자마다 대문자 표시 (예: < Thank U, Next >)
곡 제목 – 고유명사 제외 첫 번째 단어의 첫 글자만 대문자 표시 (문장 형태) (예: 'Thank u, next')
본 글에서는 예외적으로 이해를 위해 일반적인 표기 방식과 음원 플랫폼에 등록된 형태를 사용하였습니다.
많은 아티스트가 조용히 눈치싸움을 벌이는 매년 1월, 겨울방학을 깨운 올해 첫 블록버스터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yes, and?'였다. 안정적인 빌보드 차트 1위 데뷔를 위해 마구잡이로 쏟아낸 리믹스도 놀라웠지만 보다 눈여겨볼 것은 표기 방식이었다. 'yes, and? (edit)', 'yes, and (extended)', 'yes, and? (sped up)' 'yes, and? (a capella)'… 제목만이 아니라 각종 버전마저 소문자로만 표기한 것이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각별한 소문자 사랑은 현재 서구권의 난무하는 대소문자 구별 거부 풍습을 새삼 일깨워준다. 사실 우리는 지금 이러한 표기에 너무나도 익숙하다. 최근에는 21 새비지가 < american dream >을 공개했고, 작년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vampire', 'bad idea right?', 'ballad of a homeschooled girl' 등을 수록한 앨범 < GUTS >를 발표했다. 규칙을 제대로 따른다면 원래는 이래야 한다. 앨범은 < Guts >, 곡은 'Vampire', 'Bad Idea Right?', 'Ballad of a Homeschooled Girl'.
대문자 진영도 만만치 않다. 대표주자 트래비스 스캇은 히트곡 'SICKO MODE'를 수록한 2018년 앨범 < ASTROWORLD >에 이어 2023년 < UTOPIA >에서도 앨범 타이틀부터 트랙까지 모조리 대문자만을 사용했으며,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도 < IGOR > 이후 대문자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소문자가 쓰이는 것은 피쳐링진의 이름을 기입할 때 뿐. 트랙리스트를 보고 있으면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도 종종 든다.
과연 이 유행의 시작을 어디로 보아야 할까? 1990년대와 2000년대에도 선구자들은 존재했다. 자넷 잭슨은 1993년 < janet. >을 발매했으며, 래퍼 MF 둠(MF DOOM)은 2004년 곡 'All Caps'에서 본인의 이름을 반드시 대문자로 적을 것을 넌지시 드러냈다. 아시아권, 특히 일본에서는 조금 더 일찍이 이런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대문자와 소문자 사용에 따라 의미를 다르게 부여한 하마사키 아유미를 비롯해 엑스 재팬, 아무로 나미에 등 다양한 아티스트의 디스코그래피를 훑어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국가라는 점에서 결이 살짝 다르다. 미국과 영국을 기반으로 한 본격적인 트렌드 태동은 대략 201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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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원을 특정하긴 어려우나 제니퍼 로페즈의 < LOVE? >, 곡 제목까지 전원 대문자로 적으며 시대를 앞서간 린킨 파크의 < LIVING THINGS > 등이 발표된 것이 2011년과 2012년의 일. 이듬해에는 켄드릭 라마가 < good kid, m.A.A.d. city >를, 프랭크 오션이 < channel ORANGE >를 통해 독보적 음악세계를 문자로도 드러냈다. 물결이 커진 시점은 2013년이었다. 당시 라이벌 케이티 페리의 < PRISM >과 레이디 가가의 < ARTPOP >이 맞붙은 것이다. 여기에 연말에 깜짝 등장한 비욘세의 < BEYONCÉ >까지. 당시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이들이 일제히 대문자를 선택했다. 두문자어가 아닌 일반 명사라는 점에서 마돈나의 < MDNA >나 악틱 몽키즈의 < AM >과는 차이가 있다.
곡 단위로의 유행 전파는 2~3년 정도 후에 힘이 실렸다. 트로이 시반의 'YOUTH'와 원디렉션 탈퇴 후 솔로 가수로 돌아온 제인(ZAYN)의 'PILLOWTALK'(앨범에는 'dRuNK', 'rEaR vIeW' 등 더 이상한 제목도 있다), 2집으로 컴백한 메간 트레이너의 'NO' 등 여백을 꽉 채우는 제목이 속속들이 등장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도 < TROLLS(트롤) >의 사운드트랙으로 영화처럼 대문자만을 사용한 'CAN'T STOP THE FEELING!'을 공개하며 차트 1위에 올랐다.
대문자는 확실히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큰 임팩트를 남긴다. 실제로 영미권 인터넷 커뮤니티나 유튜브 댓글을 보면 강조하려는 단어나 문장을 전체 대문자, 일명 “ALL CAPS”로 적는 경우가 많다. 악센트로 뉘앙스를 표현하는 음성 사용이 불가하고, 대부분의 음원 플랫폼에서는 이탤릭체나 볼드체의 사용이 제한되니 이를 대문자로 대신하는 것이다. 비욘세의 < RENAISSANCE >를 보자. 앨범 타이틀과 트랙리스트 전체에 사용된 대문자는 그가 재건하려는 언더그라운드 댄스 신의 장엄한 규모를 한층 더 생생하게 전달한다. 켄드릭 라마의 'HUMBLE.'도 그냥 'Humble'과는 분위기가 살짝 다르다. 보고 있으면 조금 더 겸손해야 할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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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되는 소문자 제목의 범람은 이러한 대형 스타와 '행복한 팝'의 몰락과도 관련이 있다. 그 효시로 지목할 만한 곡은 올리비아 오브라이언(Olivia O'Brien)이 피쳐링한 내쉬(gnash)의 2016년 히트 싱글 'i hate u, i love u'. 이 노래가 빌보드 10위에 올랐던 시점은 체인스모커즈와 메이저 레이저를 위시한 EDM이 마지막 전성기를 장식하고 얼터너티브 알앤비가 융성하는 한편, 순수 팝 진영이 점차 위트를 잃고 가라앉게 되는 트럼프 행정부 시대의 개막 직전이었다.
미디어 환경의 영향도 컸다. 먼저는 인터넷 힙스터 문화가 저변을 늘림에 따라 주류에 대한 거부반응이 텍스트까지 이어진 것이다. 더군다나 문자 메시지를 매개로 한 소통과 텀블러(Tumblr), 트위터 등 SNS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구태여 원칙을 따르지 않고 편하고 무심하게 소문자로만 문장을 적는 문화가 영미권 청소년 사이에서 만연해졌다. 빌리 아일리시로 대변되는 DIY 음악과 베드룸 팝의 부흥, 넷플릭스 드라마 < 루머의 루머의 루머 > 흥행을 기점으로 폭발한 '우울증의 낭만화' 추세도 이와 맞물린다. 오늘날 소문자 제목은 개인적인 깊은 이야기와 불안정한 심리를 시각적으로 나타내면서 동시에 '쿨'하게 보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수단이다.
선수는 상대적으로 규범에 덜 얽매이는 알앤비와 힙합이 쳤다. 트랙리스트 과반수 이상을 소문자로만 표기한 미겔(Miguel)의 2015년 앨범 < Wildheart >를 따라 트래비스 스캇은 2016년 < Birds in the Trap Sing McKnight >를 'goosebumps' 등 전원 소문자 곡으로만 채웠다. 팝에서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2017년 < reputation >을 발매했고, 아리아나 그란데는 비로소 둘의 합치를 이뤘다. 2018년 < thank u, next >를 발표하며 'bad idea'와 'imagine' 등 거의 모든 곡을 소문자로 적은 것이다. 1년 후 빌리 아일리시의 싱글 'bad guy'와 앨범 <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 >가 낳은 파급력은 대문자 앨범/소문자 곡 제목을 신세대 규격으로 정립했다. 앞서 언급한 올리비아 로드리고와 최근 싱글 'greedy'를 히트시킨 테이트 맥레이(Tate McRae)의 앨범 < THINK LATER >가 대표적인 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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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소문자 규칙의 파괴가 일상화된 지금, 곡 제목은 타이포그래피의 영역으로도 뻗어 나가는 중이다. 라나 델 레이는 < Norman Fucking Rockwell! > 트랙 대부분을 문장 형태로 표기하면서 음반을 마치 하나의 시집이나 수필처럼 보이게 했다. 가수 윌로우(WILLOW)는 머신 건 켈리나 블랙베어 등 멋에 살고 멋에 죽는 젊은 팝 펑크 스타의 소문자 애호 추세에서 더 나아가 < lately I feel EVERTHING >, 't r a n s p a r e n t s o u l' 등 음악의 정서만큼이나 혼란스러운 문자 배열을 보여주는 중이다. 한국 뮤지션 중에서는 알앤비 가수 쎄이(SAAY)가 이즘과의 2022년 인터뷰에서 앨범 < S:INEMA >의 제목이 심미적인 접근의 결과물임을 알린 바 있다.
표기법 차이는 또한 세대와 타깃층 구분의 기준이기도 하다. 2020년대 주목을 받았음에도 전통 양식을 따르는 두아 리파와 에이바 맥스, 리나 사와야마는 그들의 지향점이 Z세대 빌리 아일리시와 올리비아 로드리고 대신 레이디 가가, 케이티 페리, 브리트니 스피어스 류의 기성 팝스타임을 암시한다. 반면 아리아나 그란데의 재빠른 규칙 탈피는 (알앤비 음악 성향과 더불어) 그가 팝 향유층 외에 보다 캐주얼한 흑인음악 리스너에게도 사랑받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표지만으로 책을 판단하지 말라)”, 그러니까 겉모습만으로 예측하지 말라는 격언은 음악에 쉽게 적용할 수 없다. 다른 예술과 달리 철저히 무형의 속성을 지닌 음악은 필연적으로 포장지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거 실물 음반 시대에 그 기능을 앨범 커버와 패키징이 수행했고 MTV 시대에는 그 역할이 뮤직비디오였다면, 스트리밍이 주류가 된 지금은 글자 표시 차이가 그 주인공이다. 그러니 언뜻 보면 그저 피곤한 대문자와 소문자의 난립을 한 번쯤은 유심히 살펴보자. 아티스트의 정서와 시장 흐름을 알아내는 단서가 될 수 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