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이날치의 보컬로 활동하기도 했던 젊은 소리꾼 이나래의 첫 단독 정규작 < 지금 어디 >는 본디 랩이 들어갈 자리에 판소리를 펼쳐 본다면 어떨까 하는 흥미로운 상상을 실현하는 작품이다. 본디 소리꾼과 합을 맞추는 고수의 북 대신 미니멀한 트랩과 전자음을 배치하고 이에 변화무쌍한 보컬을 얹어내며 독특한 색채를 완성한다.
단순 사건에 머물러도 될 만큼 발칙한 상상이지만 더 나아가 작품의 목표는 하나의 완결된 작품을 향한다. 플라멩코의 정체성에 아트 팝의 감각을 주입한 < El Mal Querer >의 로살리아가 그랬듯, 판소리 고유의 문학적 서사를 이어가면서도 현대적 컨셉추얼 앨범의 형식을 취하면서 고전과 현대의 경계를 부드럽게 뭉그러뜨린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닮은 화자는 < 심청전 > 속 심청의 시선을 빌려 물속에 부유하는 영혼의 목소리들을 여린 실로 꿰매어 묶는다. 영계의 여행자를 향한 송가 '물에 들라'와 재환영가 '기울어진다' 사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죽음의 스토리를 수집하며 공감을 건네고 이내 'Green'의 희망적 미래로 완결시킨다. 펑키한 리듬의 '물에 들라', 영험한 앰비언트에서 날카로운 레이지(Rage)로 돌변하는 '꿈', 잘게 쪼개진 리듬감의 '시리렁 식싹' 등 다양한 세부 색채도 오마주로 실현한 강인한 흐름 위에 있기에 산만함 없이 차분하게 이어진다.
발상과 표현, 서사의 특별함이 주는 흥미가 막대하다. 작법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인상이 분명하긴 하지만 동시에 목격되는 발전의 여지가 이후 행보를 더욱 주목하게 만든다. 인당수의 몸을 던진 봉사의 딸처럼, 새로운 방법론이 인도하는 크로스오버의 미래에 몸을 맡겨 볼 만한 시점이다.
-수록곡-
1. 떨떠리고 나는 간다
2. 떠나간다
3. 물에 들라
4. 꿈
5. 기억의 미로
6. 할머니의 빈무덤
7. 생각이 많아 생각을 한다
8. 아이에게
9. 학도병의 편지
10. 봄의 춤
11. 기울어진다
12. Green
13. 시리렁 식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