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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퍼플 'Smoke on the water' 속 가사와 왕가위 < 해피 투게더 >의 엔딩 크레딧의 'Happy together'에서, 일본 작가 노나카 히라기의 소설 < 프랭크자파 스트리트 >까지. 생각보다 다양한 공간에서 그의 흔적을 발견하나 그 실체에 다가서기는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마더스"라고도 불렸던 미국 록 집단 마더스 오브 인벤션을 이끌며 삼십여년간 무수한 작품을 쏟아낸 음악가 프랭크 자파 이야기다.
생전 62장의 정규 음반, 사후 자파 가족 신탁(Zappa Family Trust)에 의해 현재까지 64장의 앨범을 발매한 자파는 20세기 미국 음악계의 유일무이한 존재요, 몇 가지 단어로 수식 불가한 예술가다. 갖가지 양식이 혼재한 실험적인 록 음악과 전위적 색채의 현대 음악. 어찌 보면, 음악을 듣는게 그를 이해할 빠른 길일지도 모른다. 히트곡 기준이 되는 빌보드 탑 40에 딱 한 번 진입할만큼 상업적 성공관 거리가 멀었지만 자신만의 고고한 길을 걸어 20세기 가장 위대한 미국 작곡가의 반열에 올랐다.
1995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서 루 리드는 "프랭크 자파의 음악적 비전은 세상을 움직였다"라며 프랭크 자파의 헌액을 축하했다. 한창 때는 서로를 비난하던 사이였기에 더욱 아이러니하고도 뜻깊은 순간이었다. 1993년 자파가 세상을 떠난지도 벌써 삼십년이 흘렀으나 현재도 지속적으로 발매되는 사후 음반에서 창작욕과 거대한 발자취를 엿본다. "프랭크 자파 30주기"를 맞아 연도순으로 16개의 작품으로 음악 여정을 살펴봤다. 부디 자파의 실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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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re the brain police? / Freak Out! (1966) / 마더스 오브 인벤션
마더스 오브 인벤션의 역사적인 데뷔작 < Freak Out! >은 비치 보이스의 < Pet Sounds >와 킹크스의 < Face To Face >, 비틀스의 < Revolver >와 더불어 1966년을 대변하는 대중음악 앨범으로 꼽힌다. 밥 딜런과 사이먼 앤 가펑클과 작업했던 프로듀서 톰 윌슨(Tom Wilson)과 자파의 음악적 야심이 조화로운 < Freak Out ! >은 이십대 중반 자파가 습득해 온 모든 자양분, 두왑과 알앤비, 현대음악을 전위적 록 음악의 형태로 풀어냈다. 잭 아네시(Jack Anesh)의 커버 디자인도 각종 티셔츠로 제작될 만큼 컬트 매니아를 양산했다.
개별곡보다 전체적 분위기와 흐름을 강조하는 앨범인만큼 한 곡을 특정하긴 어려우나 가사와 소리 측면에서 A면의 'Who are the brain police?'가 도드라진다. 군중이 스스로의 두뇌를 감시하고 경계하는 “두뇌 경찰”에 관한 이 곡은 리버브를 비롯한 각종 음향 효과 목소리를 변형하는 악기 카주로 음산 분위기를 주조했다. 실험성 짙은 록 음반이지만 'Motherly love'와 'Wowie zowie' 처럼 재밌고 편안한 분위기가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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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free / We're Only In It For Money (1968)
마더스 오브 인벤션과 함께 했던 1960년대 후반의 자파는 1970년대 작품군보다 외려 더 전위적인 성향을 띤다. < Freak Out! >으로부터 촉발된 실험 일변도는 익스페리멘털 록 걸작 'Plastic people'을 수록한 1967년 < Absolutely Free >에서 무르익었고 < We're Only In It For Money >란 재밌는 제목의 음반에서 극에 달했다. 비틀스의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의 앨범 커버를 패러디한 커버가 잘 알려져 있으나 영국과 미국의 LP 초반 등 대부분의 버전엔 당시 마더스 오브 인벤션의 초상을 담았다.
사이키델릭 록으로 분류된다고 해서 도어스나 제퍼슨 에어플레인 식의 화각성을 기대하기 어렵다.2~3분대 짧은 곡으로 구성된 단막극 모음집은 기묘한 소리 효과와 비정형적인 곡 전개, 오디오북 같은 스포큰 워드로 당대 히피 밴드들과는 다른 질감의 좌파적 정서와 진보성을 설파했다.
전작의 명칭이기도 한 'Absolutely free'는 사랑의 여름을 조소하고 비판한다는 측면에서 하스켈 웩슬러(Haskell Wexler)의 1968년 영화 < 미디엄 쿨 >에 삽입된 풍자적 성격의 'Who needs the peace corps?'와 더불어 < We're Only In It For Money >의 중심축이다. 킹크스의 < The Kinks Are The Village Green Preservation Society >와 비틀스 < The White Album >같은 브리티시 록 걸작이 속출한 1968년에 대서양 너머 미국 록 기인은 형용불가한 아방가르드 록을 실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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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odenum / Lumpy Gravy (1968)
전작 < We're Only In It For The Money >(1968)에 실렸던 'Take your clothes off when you dance'의 연장선상에 있는 'Take your clothes off'를 비롯해 1분대의 짧은 곡들로 채워져 있는 < Lumpy Gravy >에서 자파는 구체음악과 사운드 콜라주를 탐구했다.그리스계 프랑스 전위음악 작곡가 이안니스 크세나키스(Iannis Xenakis)나 구체음악의 권위자 피에르 앙리(Pierre Henry) 등 유럽 음악가들에 의해 주도되었던 구체음악은 1960년대 미국 록 뮤지션에 의해 환각성을 그러모았다.
"십이지장"을 일컫는 'Duodenum'은 < Lumpy Gravy >에서 개별곡의 형식성을 갖춘 몇 안 되는 트랙 중 하나이다 . 두왑과 비트,초기 알앤비 등 1950년대 흑인 음악에 관심 두었던 자파지만 그에게서 링크 레이(Link Wray)나 딕 데일(Dick Dale)풍 서프 기타를 직접적으로 찾기 어려웠기에 전형적인 서프 뮤직 'Duodenum'은 더욱 흥미롭다. 올맨 브라더스 밴드가 라이브 명반 < At Fillmore East >(1971)를 발표했던 뉴욕 맨해튼의 공연장 필모어 이스트 라이브 실황을 담은 < Fillmore East – June 1971 >에 'Bwana dik'이란 이름으로 변형되어 수록되기도 했다. 이 라이브 음반엔 왕가위의 1997년 영화 < 해피 투게더 >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터틀스 원곡의'Happy together'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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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ie the pimp / Hot Rats (1969)
누군가에게 입문작으로 1969년 앨범 < Hot Rats >를 권한다면 분노를 살지도 모른다. 난해하고 복잡다단한 구성의 곡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나, 자파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Peaches en regalia'를 담았고, 1960년대 말 초기 재즈 록을 대표한다는 측면에서 < Hot Rats >는 자파와 접속하기에 적절한 시작점일 것이다.
환각적인 음반 커버 속 여인은 캘리포니아 출신 여성 록 밴드 더 지티오스(The GTO's)의 미스 크리스틴(Miss Christine)으로 자파는 더 지티오스의 1969년 유일작 < Permanent Damage >를 프로듀싱했다. < Hot Rats >는 13분에 이르는 대곡 'The gumbo variations'부터 악기 하나하나의 질감이 생생한 'It must be a camel'까지 마치 킹 크림슨의 <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 >(1969)처럼 순도 높다.'Peaches en regalia'와 더불어 앨범의 양대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Willie the pimp'는 캡틴 비프하트의 보컬을 담은 화끈한 재즈 록이다.
참여진도 대단하다. 웨스 몽고메리와 존 콜트레인, 레스 매켄(Les McCann)과 협연했던 드러머 폴 험프리(Paul Humphrey), 'Strawberry letter 23'와 'Inspiration information'을 남긴 천재 기타리스트 셔기 오티스(Shuggie Otis)가 힘을 보탰다. 역시 중심엔 관악기 연주하는 오랜 동반자 이언 언더우드(Ian Underwood)가 있으며 이언과 프랭크를 제외한 모든 뮤지션들은 피처링으로 명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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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guitar wants to kill your mama / Weasels Ripped My Flesh (1970)
제목부터 자극적인 'My guitar wants to kill your mama'는 자파의 통산 열번째 스튜디오 음반이자 마더스 오브 인벤션 명의의 8번째 앨범인 < Weasels Ripped My Flesh >에 실려있다. 조금 흉측하기까지한 만화풍 앨범 이미지는 미국 일러스트레이터 네온 파크(Neon Park)의 작품이며 파크는 서던 록 밴드 리틀 피트의 < Dixie Chicken >과 데이비드 보위의 컴필레이션 < Images 1966 -1967 > 커버 디자인을 맡았다.
벙크 가드너(Bunk Gardner)와 모터헤드 셔우드(Motorhead Sherwood)가 각기 테너와 알토 색소폰에서 활약한 < Weasels Ripped My Flesh >는 재즈 향취가 짙다. 관악기가 풍성한 인트로 트랙 'Didja get any onya'와 '달빛'의 프랑스 고전 음악가 클로드 드뷔시에 빅밴드 재즈를 섞은 듯한 'Prelude to the afternoon of a sexually aroused gas mask', 마림바 연주가 서늘한 미국 프리 재즈 거장 에릭 돌피의 헌정곡 'The Eric Dolphy memorial barbecue'가 모두 그렇다. 하드 록 기타 리프의 'My guitar wants to kill your mama'는 일관성 측면에서 이질적이나 아이러니하게도 뇌리에 가장 선명한 순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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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ana / Over-Nite Sensation (1973)
2023년은 자파 매니아들에게 중요한 해였다. 자파가 사망한지 30주년 되는 해이자 재즈 록 수작 < Over-Nite Sensation >의 발매 50주년이었기 때문이다. 각종 데모가 추가된 < Over-Nite Sensation 50th Anniversay Edition >은 팬들에게 선물로 다가왔다. 티나 터너가 백보컬로 참여한 재즈 록 'I'm the slime'과 걸출한 코미디 록 'Camarillo Brillo'를 포함한 이 음반은 물 오른 악곡 전개와 2기 마더스 오브 인벤션의 기량을 만날 수 있다.
치실 사업의 제왕이 되기위해 미 북서부 몬타나 주로 떠나는 사내를 그리는 'Montana'는 엉뚱한 서사처럼 비틀거리고 유머러스한 음악극이다. 보편적 프로그레시브 록의 구조를 탈피한 6분 길이의 대곡은 유쾌한 기조와 상반된 정교하고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 곡에서도 백업 싱어로 참여했던 티나 터너는 'Montana'에 만족을 표했으나 녹음을 들은 전 남편 아이크 터너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레코딩 부스를 박차고 나왔다고 전해진다.
콧수염 진한 프랑스 재즈 퓨전 바이올리니스트 장 뤽 퐁티(Jean Luc Ponty)는 < Over-Nite Sensation > 수록곡 'Fifty fifty'에서 일생일대 명연을 펼쳤다. 오랜 파트너십을 구축한 자파와 퐁티는 1970년 작 재즈 록 앨범 < King Kong: Jean-Luc Ponty Plays The Music Of Frank Zappa >를 합작했다. 퐁티는 < Imaginary Voyage >(1976), < Enigmatic Ocean >(1977) 같은 고품질 재즈 퓨전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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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ik debris / Apostrophe' (1974)
자파의 여섯번째 솔로 앨범 < Apostrophe' >는 전년에 나온 < Over-Nite Sensation >의 기조를 잇는다. 마더스 오브 인벤션 디스코그래피인 < Over-Nite Sensation >와 달리 솔로 명의로 발매되었지만 음악적 동반자였던 색소포니스트 이안 언더우드와 각각 베이스 기타리스트와 트롬본의 탐 파울러(Tom Folwer)와 브루스 파울러(Bruce Fowler) 형제 등 마더스 오브 인벤션의 세션을 고스란히 가져갔다.
LP A면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Cosmik debris'는 강렬한 도입부 기타 연주와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각종 장식음, 주술적인 나레이션으로 곡 서사 속 "미스터리 맨"의 신묘함을 표현했다. "이봐요 당신, 우주의 잔재를 갖고 장난치는 건가요?(Look here, brother, who you jiving with that cosmik debris?)"라는 코러스가 도드라진 이 곡은 자파로선 드물게 빌보드 핫100에 오른 'Don't eat the yellow snow'(86위)의 B면으로 싱글 발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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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 Roads / One Size Fits All (1975)
1970년대 자파의 작품들은 대부분 프로그레시브 록의 특질을 갖고 있으나 1975년 작 < One Size Fits All >은 특히 보편적 의미에서의 프로그레시브 록 앨범에 가깝다. 1975년 작 재즈 퓨전 명반 < The Aura Will Prevail >을 남긴 키보디스트 조지 듀크와 웨더 리포트의 1976년 재즈 퓨전 명작 < Black Market >에 참여했던 드러머 체스터 톰슨(Chester Thompson) 등 재즈에 능통한 연주자들이 < One Size Fits All >에 풍부한 리듬감을 주조했다. < One Size Fits All >은 코미디 록과 프로그레시브를 절묘하게 혼합한 'Po-jama people'과 스티브 바이가 리메이크한 'Sofa no.1'처럼 개성적인 곡들을 담았다.
잉카 문명을 마주한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 'Inca roads' 연주의 쾌감으로 가득찬 프로그레시브 록 넘버다. 도입부 듀크의 감각적인 음색과 영롱한 키보드 연주, 여성 타악기 주자 루스 언더우드(Ruth Underwood)의 마림바, 조지 듀크의 음반에 목소리를 실었던 나폴레옹 머피 브록(Napoleon Murphy Brock)의 플루트 등 악기 성찬과도 같은 작품이다.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전문 잡지 프로그(Prog)는 'Inca roads'를 가장 위대한 프로그레시브 록 노래에 100선”의 100위에 올려놓았다.
이미지 작업: 김태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