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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eature    특집
      • 올해의 인물 -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
      • DATE : 2023/12   |   HIT : 5324
      • by 소승근

      • 2023년 3월 중순에 피프티 피프티와 만났다. 보통은 맏언니가 리더를 맡는데 어떻게 키나(송자경)보다 두 살 어린 새나(정세현)가 리더가 됐냐는 질문에 정세현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렇게 답했다. “키나 언니는 맏언니로서의 역할이 따로 있다. 나는 계획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일은 내가 더 잘할 거라고 판단하신 것 같다.” 이즘 인터뷰에 이 내용을 싣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 물음에 키나는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저 대답은 2023년 대한민국 연예계를 뒤흔든 사건의 작은 단초였다.

        피프티 피프티와 1시간 30여 분 간의 미팅을 마치고 임진모 선생님과 함께 어트랙트의 최승호 제작부문대표의 차를 타고 서울 강남의 한 곱창집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전홍준 대표가 이미 다른 분들과 자리를 하고 있었다. 그는 임진모 선생님을 보자마자 와락 껴안으며 활짝 웃었고 나에게도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전홍준 대표와의 첫 만남이었지만 그는 내가 쓴 피프티 피프티의 앨범 < The Fifty >의 리뷰를 읽었다면서 나를 환영했다. 이즘이 조관우씨, 양수경씨와 인터뷰했을 때 다리를 놔준 주인공이 당시 그들의 매니저였던 전홍준 대표였고 김건모, 그룹 솔리드의 메니저였던 최승호 대표 역시 임진모 선생님과 30년 이상의 인연을 유지해 왔다.

        최승호 대표와 전홍준 대표는 스타일이 반대다. 최승호 대표는 말은 빠르지만 말수가 적고, 전홍준 대표는 말은 느리지만 대화를 주도했다. 최 대표는 연신 곱창을 구워서 앞 접시에 배급해주며 술잔을 채웠고 전 대표는 그룹 피프티 피프티와 'Cupid'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상반되는 두 대표는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 보충하면서 어트랙트를 이끌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당시는 'Cupid'가 빌보드 싱글차트 핫 100에 오르기 직전이었지만 전홍준 대표는 미국에서 히트할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아는 사람의 자녀가 초등학생인데 백인 아이들과 10대 학생들이 이 곡을 이미 듣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적인 히트곡이 되려면 어린 아이들이 듣고 따라 불러야 한다는 임진모 선생님의 지론처럼 'Cupid'는 미국에서 그 징후를 나타내고 있었고 전홍준 대표도 그 얘기를 듣고 '됐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보름 후에 'Cupid'는 빌보드 싱글차트 100위에 올라 전 세계를 휩쓸기 시작했다.

        전홍준 대표는 술자리 내내 네 명의 멤버들을 자랑하고 칭찬했다. 그는 자신의 핸드폰으로 직접 찍은 월간평가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정세현은 춤을 잘 춘다, 정은아는 저음이 최고다, 정지호는 노래를 잘 한다, 키나는 랩을 잘 하고 음색도 특별하다 등 멤버 한 명 한 명의 장점을 말하면서 뿌듯해했다. 전홍준 대표는 네 명 중 누가 제일 인상적이었냐고 물었고 임진모 선생님과 내 의견은 일치했다. 키나 송자경. 전홍준 대표는 “아... 키나를 좋게 보셨구나”하고 맞장구를 쳤다. 자신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받아서 기분이 좋았는지 전홍준 대표는 키나가 보내준 문자 몇 개를 나에게 보여줬다. 지난 10월에 키나가 어트랙트로 복귀한 뒤 언론에 보도된 문자였다. 이렇게 전홍준 대표가 용돈을 주면 키나는 감사의 문자를 보냈고 2022년 연말에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문자도 보냈다, 키나는 착하고 예의 바르며 심성이 곱고 선하다.


        전 대표는 나에게 매니저 일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 매니저하면서 있었던 재밌는 경험들을 얘기해줬고 오랜 벗 하광훈씨가 작곡한 조관우의 '늪'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말해줬다. 자신이 만든 걸 그룹의 인기 상승과 알코올 기운이 만나 기분이 좋았는지 정년퇴직한 MBC 라디오 피디와 하광훈씨에게 전화해서 임진모 선생님과 연결까지 해주었다. 전홍준 대표는 그만큼 행복해했다.

        3월의 마지막 주에 'Cupid'가 4월 1일자 빌보드 싱글차트 핫 100에서 100위로 진입한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한국 대중음악 역사를 바꾼 이 '사건'에 대한 전홍준 대표의 심정을 듣기 위해 그날 저녁에 전화했다.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고 밝힌 전 홍준 대표는 이 모든 공을 멤버 네 명과 회사 직원들에게 돌렸다. 나는 직원이 모두 몇 명이냐고 질문했더니 전 대표는 혼잣말로 직원들 이름을 대면서 한참을 세더니 20명이라고 답했다. 어트랙트와 기버스의 직원들 모두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고 대답한 것이다. 그만큼 전 대표는 회사 직원들에게 소홀하지 않았다.

        어트랙트는 처음부터 피프티 피프티의 해외 진출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멤버들에게 영어 수업을 제공했고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을 직원으로 채용했다. 심지어 무식한 나에게도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에게 강의를 해달라고 제안할 정도로 투자를 아까워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들이 미국 진출을 위한 청사진이었을 뿐만 아니라 전홍준 대표 역시 스스로 노력했다. 그는 미국의 유행을 파악하기 위해 2년 여 동안 매주 빌보드 싱글차트 1위부터 100위까지 오른 모든 노래를 들었다고 했다. '정말일까?'라고 생각하는 내 의심을 간파했는지 전 대표는 힘주어 몇 번이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음악을 듣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우리나라 기획사 대표 중에 저리 미련하게 음악을 파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전홍준 대표의 노력은 진심이었고, 열정은 광기였다. 피프티 피프티가 우리나라 가수 중 최단 기간에 빌보드로 직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노력과 선택의 결과다.

        전홍준 대표가 법적 분쟁에 휘말린 이후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 어떠한 말과 위로도 투영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임진모 선생님은 그래도 전홍준 대표를 만나보라고 했다. 분명히 좋아할 거라고. 그래서 7월 8일 토요일 밤 자정 즈음 전홍준 대표에게 전화했다. 내 예상과 달리 전 대표의 목소리는 밝았고 고맙게도 내 전화를 반겼다. 시간 되는 날 찾아뵙겠다는 제안에 7월 14일 금요일 저녁에 스타크루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날 전홍준 대표는 강남경찰서에 다녀오느라 조금 늦게 만났다. 전 대표는 나를 보자마자 우리에게 익숙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고 그의 웃는 모습에 나는 울컥했다. 10월에 키나가 복귀했을 때 전홍준 대표도 이런 심정이었을까? 스타크루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은 다양한 트로피와 내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든 현대적인 그림들로 채워진 세련된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전홍준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최승호 대표와 < 그것이 알고 싶다 >에 출연해서 얼굴을 알린 전종한 팀장이 도착했다. 전 대표는 이번 일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가 그분들도 나와 비슷한 일을 당해서 감정이입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저녁식사를 하고 헤어질 때 나는 두 대표께 건강을 꼭 챙기시라고 말했다. 그래야 이길 수 있다고.

        법적 분쟁에서 내가 감동 받은 부분은 전홍준 대표와 어트랙트의 대응방식이다. 화가 나고 당황스러운데도 흔들리지 않고 고요한 호수처럼 차분하고 완벽하게 응대했다. 저격수처럼 긴 호흡으로 기다리다가 때가 되면 단 한 발로 상대방을 제압하듯 전 대표와 어트랙트는 혼란스런 상황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했다. 그의 정확한 판단력과 끈질긴 인내심은 마치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도인 같다. 서두르거나 흥분하지 않으면서 우아하게 해결한다. 그래서 그의 수레는 요란하지 않고 묵직하다. 단호하지만 너그럽고 관대한 그는 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

        2023년 한국 대중음악 계는 'Cupid'로 시작해서 '어트랙트'로 끝났다. 그래서 올해를 대표하는 연예계 인물은 어트랙트의 전홍준 대표가 될 수밖에 없다.
      • 2023/12 소승근(gicsuck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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