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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존재하는 음악을 '찾아 들어야 하는 것'과 '가만히 있어도 들리는 것'으로 나눈다면 어반자카파의 음악은 분명 후자다. '커피를 마시고'로 2009년 데뷔한 그룹은 '목요일 밤', '널 사랑하지 않아'를 포함해 여러 히트곡을 배출하며 대중들에게 두루 사랑을 받았다. 사람들로 가득한 길거리, 번화가 카페 등 우리가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 우리의 귓속에 안착한 이들이었다.
섬세하면서도 신나는 분위기까지 적극 포용하는 어반자카파의 음악처럼, 이즘이 만난 조현아도 다층적인 인물이었다. 뭉클한 가족 이야기부터 학창 시절, 음악적 소신과 인생의 철학까지 다양한 주제를 강단 있고 솔직하게 말해준 멋진 가수. 어느 순간 우리의 유튜브 알고리즘에 잠입한 유튜브 채널 < 조현아의 목요일 밤>처럼, 이 인터뷰를 읽고 있으면 조현아의 샘솟는 매력에 어느덧 스며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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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전하고 싶은 근황이 있다면 듣고 싶다.
9월 5일부로 앤드류 컴퍼니라는 회사를 차려서 12년 동안 함께한 매니저와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인성부터 시작해 모든 것이 갖춰진 사람이 되고자 설립한 회사이고, 설령 내가 그런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투자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뮤지션이 돈을 많이 벌고 음악을 돈으로 환산하는 법을 더 잘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유튜브 채널 < 조현아의 목요일 밤 >을 2023년 1월부터 진행 중이다. 가수 겸 배우 수지, 에스파 멤버인 윈터 등 유명 게스트가 많이 출연했는데 섭외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대부분 직접 한다. 방송 초반에는 10년 정도 알고 지내면서 내 음악을 좋아해준 친구들을 섭외했다. 내가 보잘 것 없던 시절에도 내게 모든 것을 쏟아준 사람들이 유튜브 채널도 적극 도와줬다. 수지도 실제 자기가 언제 채널에 출연하면 되겠냐고 먼저 연락을 했다.
유튜브 채널의 방향성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일단 현상 유지를 목표로 하면서 조금씩 보수적으로 가려 한다. 친근하게 웃고 떠드는 것도 중요하나 게스트가 혼자서 얘기하지 못하는 부분을 자연스레 풀어낼 수 있도록 속 시원하게 긁어주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재미있는 요소를 약간씩 줄여가면서 진지함을 갖추고 싶다. 유튜브에서 자극적인 콘텐츠가 갈수록 많아지는 상황이지만 나는 잔잔한 템포를 유지하고 지속력 있게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지금 운영도 특정한 것을 염두에 두기 보다는 그저 솔직하게,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뮤지션은 대개 완성된 곡을 들려주고 싶지, 그 과정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아 한다. 그러나 나는 다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 이유는 완벽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 부족함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 보여줄 수 있다. 항상 부족함을 느끼고, 그래서 늘 공부하기도 한다.
현재 게스트로 부르고 싶은 사람이 특별히 있나?
특정하게 초대하고 싶은 사람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나는 그저 모든 사람의 얘기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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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지역에서 보낸 유년기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태어난 곳은 서울이지만 일곱 살 정도에 인천 연수동으로 가 인천여자중학교에 다녔다. 중학교 2학년때까지는 클래식 음악을 배우면서 피아노와 플루트로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갇혀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3학년에 들어서 공부도 차츰차츰 안 하기 시작했고, 교수님께도 쉬고 싶다고 하면서 음악을 놔버렸다. 어머니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었지만 3개월 후에 결국 들켜버렸다. 그 후로 어머니는 피아노를 손도 못 대게 하셨다.
어머니께서 딸이 피아니스트가 되길 정말 바라셨던 것 같다.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전화번호부에 내 이름을 '현 피아니스트'라고 저장하실 정도였으니까. 내가 어렸을 때 그쪽에 재능이 있어서 초등학교 2학년 때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힌 후 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셨다. 그랬는데 고등학교 때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노래 쪽이 더 수월할 것 같으니 일단 합격한 후에 피아노로 전과하겠다고 말씀드렸지만, 붙고 나서는 싱어송라이터가 되겠다고 고백했으니 내 탓도 약간은 있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음악 얘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었나?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생각을 많이 공유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사실 고등학교 때에는 기면증이 있어서 거의 잠만 자다가 깨어나면 노래를 하거나 오르간을 연주하는 그런 학생이었다.
당시 가진 인천과 부평 지역에 대한 이미지는 어떠한가?
문화적으로 트렌디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생각한다. 학창 시절에도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놀고 싶으면 바로 부평으로 갔다. 일종의 해소 공간이었던 곳이다. 피아노 레슨도 그쪽에서 받았는데, 그로 인해 때로는 가기 싫은 곳이기도 했다.
학창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음악은 무엇이었는지.
대중음악보다는 클래식을 배우고 있을 때였으니 클래식 음악 생각이 많이 난다. 오르간으로 쇼팽이나 베토벤의 곡을 연주했다.
그렇다면 클래식이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지금에 영향을 준 것이 있을 텐데.
클 수밖에 없다. 내가 독서 또한 좋아하는데, 즐겨 읽던 문학과 연주하던 피아노의 두 세계를 합친 것이 지금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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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자카파 외에 솔로 활동도 계속 하고 있다. 그룹과 솔로는 음악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설명을 들어보고 싶다.
어반자카파에서 나는 균형을 잡기 위해 소리나 마이크 위치부터 다른 멤버들의 목소리 질감까지 많은 부분을 고려하면서 맞춰 간다. 혼자 할 때에는 조금 더 평탄하게 오래 들을 수 있도록, 이른바 '이지리스닝'을 추구한다. 내 목소리는 혼자 들으면 단 초콜릿을 계속 먹는 느낌이다. 따라서 솔로 음악을 제작할 때에는 덜 자극적일 수 있도록 한다.
그룹으로 활동한 지는 꽤 되어서 사람들이 혹시라도 해체한 것은 아닌지 많이 궁금해한다.
끝난 것은 절대 아니다. 각각 개인 사업과 외부 작업으로 바빠서 함께 활동을 하기 힘든 것뿐이지 우리는 사실상 가족이다.
드라마 사운드트랙도 여럿 맡았다. 여태 발표한 곡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은 무엇인가?
음원 성적이 가장 좋았던 'Here I am'(드라마 < 철인왕후 >)이 가장 좋다. 나는 대중의 귀가 높다고 생각해 반응 또한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고, 따라서 대중이 사랑하는 노래는 나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커리어 전체로 확장하여 하나를 꼽는다면 빈지노와 함께했던 '목요일 밤'. 평소에도 그렇지만 작사, 작곡, 편곡도 빈지노의 부분을 제외하면 내가 다 담당했던 곡이다. 반응도 좋았지만 전반적인 무게 균형을 잘 맞췄다고 생각한다.
'목요일 밤'의 영감은 어디서 받았는지 궁금하다.
운동을 갔다가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날이었다. 뭔가 분출하고 싶은 마음이 급한 상황에서, 과거 직장인 친구가 목요일이 너무 힘들다고 한 것에서 착안해 피아노 리프를 만들었다. 그렇게 30분 만에 끝낸 곡이다. 원체 한 번에 곡을 쓰는 편이다. 열심히 작곡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불가능하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곡 중에서도 추천하는 노래를 뽑아줄 수 있나?
'사랑이 떠나간 자리에'. 어반자카파로서는 가장 최근에 발표한 2021년 EP < 이 별 >에 수록된 트랙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거의 2년 동안 누워만 있었는데, 그러다가 어머니의 에너지가 나를 일으키는 것을 느끼고 그 자리에서 바로 노래를 만들었다. 내 전부와도 같은 어머니가 선물로 주신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유튜브에서도 보이지만 음악적으로도 얘기를 나눴을 때 굉장히 성격이 매력적이다. 조현아가 생각하는 조현아는 어떤 사람인가?
늘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중학생 시절부터 하루에 세 번은 칭찬하자는 생각을 품었다. 성경에 “비판받지 않으려면 비판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나는 남에게 칭찬받고 싶어 내가 먼저 칭찬하고, 또 용서도 잘 하는 편이다. 어머니의 영향도 있다.
어머니의 가르침이 삶에 큰 흔적을 남긴 것 같다.
생활 습관을 비롯해 여러 면에서 모범을 보이시는 분이었다. 큰 잘못은 용서하고, 나비효과가 되어 크게 돌아올 수 있는 작은 잘못은 오히려 호되게 꾸짖으셨다. 그렇지만 내가 타당한 이유를 대면 뭐든지 해주시는 분이기도 했다.
조현아에게 음악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가?
세상에 있어서 혁명은 꼭 필요하다. 음악은 이를 이루기 위한 내 수단이자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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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2013년 < 봄여름가을겨울의 숲 >에 출연해 집시 기타리스트 박주원과 함께 여러 음악을 커버하기도 했는데, 그때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봄여름가을겨울의 코러스를 맡았다. 그때의 인연으로 내가 꼭 해야 한다는 선배들의 적극 추천 덕분에 함께할 수 있었다. 존경하는 기타리스트인 박주원과의 친분도 있었다. 박진영, 이상은, 장필순 등 여러 선배 뮤지션을 직접 보면서 노래하고, 또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던 정말 좋은 기회였다.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한 번이라도 얼굴을 비추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고 그만큼 최선을 다하기도 했다.
오버클래스 크루의 멤버였다. 힙합과 꾸준히 인연을 이어가는 계기는 무엇인가.
힙합 비트를 좋아해 실제로도 많이 제작한다. 그리고 빈지노라는 뮤지션이 좋아서 계속 하는 것도 있다. '빈지노가 아니면 이 음악을 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그래서 지금까지 네 번이나 함께 작업한 것이다.
보통 어반자카파의 음악 작업은 어떻게 이뤄지나?
작사 작곡은 거의 대부분 내 주도 하에 이뤄지고, 각자 곡을 따로 쓴 후 취합하는 프로듀서 역할도 한다. 김병찬 대표가 내 능력을 많이 인정해준 덕분에 다른 멤버들도 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엔지니어 출신이라 그런지 음악 듣는 귀가 있는 분이다. '거꾸로 걷는다'를 만들고 나서 사실 나는 회의적이었는데, 곡이 흥행할 것이라는 김병찬 대표의 예측이 결과적으로 통했던 기억도 난다. 'Get'도 빈지노의 파트가 어반자카파의 스타일과 많이 달라서 다른 사람들은 다들 갸우뚱했는데 김병찬 대표만 좋다는 의견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음악적인 자유를 많이 허용해주고, 여러모로 배울 점이 정말 많은 분이다.
믹싱 과정도 궁금한데.
기초적인 믹싱은 내가 하고, 그 이후의 과정은 능력이 좋은 엔지니어에게 의뢰하는 식이다. 예전에 한 번은 너무 사공이 많아서 음악에 대한 감이 좋은 분과 엔지니어를 집에 데려와 미니앨범을 만드는 실험을 했다. 그런데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을 보고 굳이 음악을 만들 때 사람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배울 점이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으려 하는 것이 느껴진다. 지적인 탐구욕과 감성적인 추구 둘 중 어느 쪽인가?
둘 다 해당되는 것 같다. 요즘 < 불교는 왜 진실인가 >라는 책을 읽고 있다. 기독교인 입장에서 내가 기독교적 이야기를 당당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다른 종교에 대한 지식도 있어야 하니까. 중학생 때부터 이렇게 가지를 뻗어 나가는 탐구 정신으로 책을 많이 읽었다.
이렇듯 나만의 철학이 있지만, 또 자기만의 세상이 있는 사람과 만나는 것도 정말 재미있다. 서로 다른 가치관에 대해 질문하고 얘기를 나누고 있으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 열리는 느낌에 속이 시원해진다.
최근 관심을 가지는 음악 장르는 무엇인가? 웻보이와 함께 '잔인한 여자, 철없는 남자'라는 댄스 장르의 곡을 낸 것을 보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그 노래는 비트를 받아서 랩까지 한 번에 썼다. 새로운 모습으로 충격을 주고 다시 일반적인 조현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그런 패턴을 반복하면서 사람들에게서 '마음대로 하라'는 반응을 얻어내고 싶다. 이번 노래는 그 과정의 3부작 중 아직 1부에 불과하다.
40대 때에는 그때 느끼는 또 새로운 것을 음악으로 만들고 싶다. 사실 지금은 20대만큼 새로운 것을 느끼지는 못해 나에게 시간을 많이 주고 있다. 스스로 30대라는 자각을 많이 하기도 하고, 시간의 유한성을 많이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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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정말 '척'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자기애가 있는 사람이다.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니까 굳이 꾸며내려 하지 않고, 실제로 흉내내면 대중도 다 알아차린다. 다만 그냥 웃고 다닌다. 웃으면 누구나 아름다우니까.
2009년 데뷔 이후 14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바뀐 것이나 성장한 것은 무엇인가.
지금 뭐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저 성장하려는 마음이 커졌을 뿐이다. 다만 나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은 얻었다. 성공은 운과 모든 것이 맞아 떨어져야 가능한 일인데, 그걸 모르고 스스로만 잘났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즘의 공식 마지막 질문이다. 조현아를 만든 음악을 알려달라.
가장 먼저 베토벤의 '비창' 2악장. 대중음악으로 오면 에리카 바두 'On & on'을 고르고 싶다. 네오 소울 장르의 존재를 알게 된 계기가 이 곡이었다. 그 다음은 머라이어 캐리의 'Hero'. 재즈 피아노 레슨을 받을 당시 이 노래의 반주를 연습하면서 노래도 함께 했는데, 이걸 들은 학원 친구가 원장 선생님께 내가 노래를 잘 한다며 데려갔다. 가창에 대한 나의 관심을 깨워준 곡이다.
스티비 원더의 'Isn't she lovely'는 처음 카피를 한 이후로 10년 동안 계속 연주한다. 지금도 그 동작을 계속 잊지 못하는 곡이다. 이렇게 행복한 음악이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브랜 뉴 헤비스(The Brand New Heavies)의 'You are the universe'는 내게 정말 중요한 곡이다. MBC 라디오 < 별이 빛나는 밤에 >에서 '별밤뽐내기' 연말 장원으로 불렀는데, 어머니께서 들으시고 가수를 허락해주셨다.
진행: 임진모, 장준환, 백종권, 염동교, 임동엽, 한성현
사진: 임동엽, 앤드류컴퍼니 제공
정리: 한성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