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를 대표하는 가수 헬렌 레디는 1972년 여성의 자부심을 고취하는 곡 'I am woman'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과 그래미 최우수 여성 팝 보컬 퍼포먼스를 거머쥐었다. 50 여년 전 여권 신장을 노래한 그의 메시지는 오늘날 음악에서 핵심이 된 '허스토리(Herstory)'를 상징한다. 대중음악계 여성의 발자취를 짚어나가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정이다.
|
2007년 개봉한 <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이라는 영화 제목이 어색하지 않은 것처럼 남자는 작곡, 여자는 작사라는 관행은 약 6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캐롤 킹은 달랐다. 그는 여성임에도 작곡을 했고 전남편인 제리 고핀은 가사를 맡아 '고핀 앤 킹'이라는 환상의 팀을 이뤘다. 1961년 알앤비 걸그룹 쉬렐스의 'Will you love me tomorrow'가 1위에 오르자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히트곡을 쏟아냈다. 바비 비의 'Take good care of baby', 리틀 에바의 원곡과 그랜드 펑크 레일로드의 리메이크까지 1위를 차지한 'The Loco-motion', 후에 그가 자서전 제목으로 쓴 '소울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의 '(You make me feel like) A natural woman' 등 전부 나열할 수 없을 정도다.
캐롤 킹은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1960년대에만 빌보드 싱글 차트 탑40 히트곡을 30곡 이상 남기며 여성 뮤지션으로서 숱한 편견 속 능력을 발휘해 유리 천장을 깼다. 작곡가로 한 차례 성공의 반열에 오른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제리 고핀과 이별하며 스스로 일어설 준비를 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솔로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개척해 수동적인 여성의 탈을 벗고 능동적인 미소를 띠었다.
|
1960년대 가부장제 철폐를 지지하는 페미니즘 흐름에 이어 자본의 풍요 속에서 태어난 1970년대 젊은이들은 자신의 삶을 찾고자 결혼이라는 구식 제도를 거부하며 독신주의 붐을 일으켰다. 사회적 운동에 리더가 필요하듯 1971년 캐롤 킹의 2집 < Tapestry >는 청년들의 주제가였으며, 이런 시대적 동조는 캐롤 킹이 이혼 후 실제 독신자로 살았기에 더욱 강했다. 그래미 시상식은 그에게 올해의 앨범, 노래(You've got a friend), 레코드('It's too late')를 선사했고 상업적으로는 25년 이상 여성 솔로 음반 판매 1위를 달성하는 등 대중과 평단을 모두 사로잡았다.
캐롤 킹의 차분한 목소리와 일상적 가사는 물밀 듯 생겨난 독신용 아파트의 적막을 채웠다. 'It's too late'의 '너와 나를 위한 좋은 시간이 다시 있을 거야 / 하지만 우린 함께 있을 수 없어, 너도 그렇게 느끼지'로 독신을 위해 결별한 이들을 대변했고, 연인의 빈자리는 제임스 테일러가 정상에 올린 'You've got a friend'처럼 친구로 다가온다. 'Way over yonder'는 자아를 찾는 이들의 밝은 미래를 내다보지만 'Home again'에서는 '난 정말 대화 상대가 필요해 / 그리고 오늘 밤 아무도 날 위로할 방법을 몰라'라는 가사로 독신의 외로운 이면을 노래하며 다각으로 청춘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뿐만 아니라 앨범 커버에 정좌한 고양이처럼 반려묘와 반려견은 독신의 상징과도 같았고, 이런 모습에 남녀 가릴 것 없이 많은 이들은 동질감을 느꼈다. 역사적 명반의 표지에서 자연스럽게 앉아 편한 차림을 한 그의 자태는 동네 이웃이면서 고독을 함께할 친구이자 시대의 대변자였으며 이 모든 것은 결국 1970년대의 독립적인 여성으로 귀결되었다.
|
아리아나 그란데가 2019년 낸 < Thank u, next >의 'NASA'에서 닐 암스트롱의 명언을 바꾼 '이건 한 여자에게 작은 걸음일지라도, 여성에게는 큰 도약이다'라는 언급처럼 1960년대에서 1970년대를 아우르는 캐롤 킹의 전성기는 여성 뮤지션의 역사에 거대한 발자국을 남겼다. 음악계에서 그의 입지는 1998년 디바스 라이브에서 대표로 모인 셀린 디온, 머라이어 캐리, 글로리아 에스테판, 샤니아 트웨인, 그리고 아레사 프랭클린이 캐롤 킹을 게스트로 섭외한 것에서 드러난다. 20곡이 넘는 와중에 그는 자신의 노래 4곡을 함께 부르며 쟁쟁한 여가수들 사이에서 다시금 위치를 증명했다.
|
노래와 작사, 작곡을 직접 하는 캐롤 킹의 모습은 21세기에도 남아있는 수동적인 여성상과는 정반대다. 싱어송라이터라는 자주적인 음악가의 표본이었으며 음악적 성과가 말해주듯 '여성도 남성과 다르지 않음'을 몸소 보여준 페미니스트의 전형이었다. 직접적인 페미니즘 운동을 하진 않았지만 영화 < 캡틴 마블 >에서 캡틴 마블이 '난 너한테 증명할 게 없어'라 말한 것처럼 그가 생각한 남녀평등은 세상의 색안경을 벗기기 위해 편견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자신의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유행처럼 늘어난 1인 가구와 활발한 페미니즘 물결은 1960~1970년대 미국과 다르면서도 닮았다. 원인은 달라도 결과적인 형태는 비슷하기에 한국 젊은이의 음악 취향도 편한 사운드로 흐르는 캐롤 킹의 노래에 잘 스며들 것이다. 혼자만의 공간이나 편의점 앞에서 맥주 한 캔 마시며 < Tapestry >를 듣기 좋은 날씨가 계속되는 2019년 6월의 여름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