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입체적으로 조립해 방향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 메인에서 한 발 비켜서면 뒤에 숨어 있는 다른 소리가 들리는 식. 그래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것이 그의 장기기도 하다. 7집에서는 가사를 파편화시켜 그의 목소리 자체를 의미가 아닌 음악의 한 장치로 편입시켜버렸다. 1초도 허투로 쓰는 일 없이 잘게 쪼개놓은 사운드는 균등한 톤과 질감을 만들어낸다. 자칫 복잡하게 얽혀 있는 듯 보이지만 일정한 질서 속에서 제 역할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작업방식이 앨범 전체를 관통하다 보니 각각의 트랙은 한 덩이처럼 들린다.
서태지의 오랜 기조는 밴드음악, 록의 구성을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연주하는 것이다. 이는 물론 해외에서도 숱하게 해왔고 그가 솔로를 선언한 5집부터도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한 방향이었다. 그를 둘러싼 환경은 달라졌지만 그의 실체는 별반 변한 것이 없다. 그가 작업하는 방식은 거의 일정한 패턴이며 그가 던지는 화(話)의 내용도 달라지지 않았다. 서태지의 화두는 여전히 자신의 심정을 토해내는 '내적 독백'과 인터넷 세상, 여성, 그리고 모바일이나 기득권에 대한 '경계'와 '경고'이다. 서태지는 이번에도 자신의 음악을 지켰다. 우리가 열광하고 비판했던 그의 음악은 줄곧 어떠한 장르든 방식이든 완전히 '서태지화 된 음악'이었다.
<부록> 앨범의 행간에서 발견한 서태지의 감정들
“성탄절의 기적이 있을까”
이번 앨범은 완전히 '성탄절'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팀버튼 감독의 '크리스마스의 악몽' 즉 잔혹동화에 가깝다.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고 반짝이지만 가사는 음침하고 우울하기 일쑤다. 성탄절에 관련된 소품은 음반 곳곳에서 발견된다. '숲속의 파이터'는 캐럴의 후크 '라파파파'가 삽입되고 '크리스 말로윈'은 가사에 직접 산타가 등장하기도 한다. 딸에게 바치는 자장가라고 하는 '성탄절의 기적'은 아예 타이틀에 공표하기도 했다. 성탄절의 기적이 있을까. 성탄절은 우리에게 기대와 좌절을 동시에 던져준다. 기대가 높을수록 좌절은 비례한다. 이런 기대감과 실망감은 어쩌면 < Quiet Night > 앨범에 대한 소회와 닮아있다.
“긴장해 다들”
무용담은 타격을 받겠지만 그의 시선은 녹슬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사회 비판'이라는 무기로 대중과 공감하고자 노력한다. '소격동' 뮤직비디오를 통해 1980년대 역사적 사건을 주목했고 'Christmalo.win'은 기득권의 횡포와 진실 깨닫지 못하는 우리의 이야기다. 'Prison Break'는 인터넷 전쟁처럼 온라인에 대한 자신의 소견을 피력한다. 그의 입김이 약해졌다 하더라도 그의 철학은 여전히 날을 세운다.
“한참 오는 동안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아”
그의 앨범 제일 뒷켠에 쓰여 있는 'Special Thanks To'는 팬들에게 쓰는 러브레터였다. 그는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부터 팬들과 각별한 애정을 보여 왔다. 비밀 이혼과 결혼 이후 그는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이 앨범을 통해 꺼내놓는다. '잃어버린', '비록(悲錄)' 등 단조로 다운된 감정이 가득하다. 반짝거리는 외양과 달리 어딘가 무거운 감정이 음악을 무겁게 짓누른다. 특히 '90s ICON'은 서태지 세계의 붕괴를 직접적으로 털어놓는다. 노래 속에서 그동안 서태지가 만들어온 신비로운 우주와 아름다운 동화가 모두 무너져 내린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소중한 의미를 지녔던 무엇인가가 점점 색이 바래고 소멸되어 가는 것을 지켜보는 건 슬픈 일이다. 2014년 우리는 서태지 스스로가 자신을 해체하고 파괴하는 (혹은 파괴당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다.
- 수록곡 -
1. Into
2. 소격동
3. Christmalo.win
4. 숲 속의 파이터
5. Prison Break
6. 90s ICON
7. 잃어버린
8. 비록 (悲錄)
9. 성탄절의 기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