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펑크 로커들에게 지금까지 품고 있었던 이미지는 요란한 복장과 외모, 그리고 천방지축 도발이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펑크 밴드들이 이런 모습으로 신촌 일대의 인디 음악 놀이터를 최근 몇 년간 뛰어다녔다. 결국 그것은 갈수록 정형화, 패턴화가 되었고 자연스레 펑크 밴드하면 의례 그러려니 하고 말게끔 만들었다. 검엑스와의 인터뷰 일정이 잡혔을 때도 상기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그들을 만나는 순간 산산이 부셔졌다. 옷 입은 것만 봐도 알아보겠지 하고 약속 장소에 나갔지만 찾질 못해 결국 전화를 이용해야만 했다. 그들은 너무나 평범했다. 오히려 같이 동석했던 음반사 관계자가 가장 튀어 보일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검엑스 멤버들이 인터뷰 내내 이구동성으로 “겉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다니며 음악은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인디 밴드들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잘라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왜 그들이 평범하게 보였는지를 알 것 같았다. 이는 앞서 말했던 홍대 펑크씬이 심하게 겪고 있는 매너리즘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비록 몇 번의 선문답이 오가기는 했지만, 멤버들의 유쾌한 말과 웃음 속에서는 진지함과 특별함이 있었다. 그들은 거짓없이 모든 것을 자신들의 노래처럼 솔직하게 쏟아 내었다.
-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이용원씨가 지난 달 말에 손목 골절을 당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괜찮은가요?
이용원 : “(손목을 내밀며) 이젠 많이 괜찮아졌어요. 움직일 만 해요. 오른손을 다쳐 불편한 점이 너무나 많았어요. 가장 기본적인 욕구들(?)을 해결할 수 가 없다는 점이 제일 불편했죠. 또한 많은 멜로디들을 생각해 놨는데 기타를 치며 곡 작업을 하지 못해 아쉽기도 했고요.”
사실 이용원의 손목 부상으로 검엑스는 스케줄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었다. 데뷔 앨범 <What′s Been Up?>의 발매를 며칠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 음반 홍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뮤직 비디오 촬영과 케이블 음악 프로그램 출연도 연기되었고, 그들의 지역구인 신촌 클럽 무대에도 서질 못했다. 무엇보다 오는 7월 25일 금요일부터 27일 일요일까지 일본에서 열리는 후지 록 페스티벌에 정식으로 초청되어 공연을 앞둔 터라 부담감은 더할 터였다.
- 후지 록 페스티벌에 국내 최초로 정식으로 초대받았다고 들었습니다. 기분이 어떤가요? 현재 연습을 하질 못하고 있어서 걱정이 되기도 할텐데요?
이용원 : “후지 록 페스티벌 두 번째 날인 7월 26일 토요일에 레드 마키 스테이지(Red Marquee Stage)에서 공연을 갖게될 예정인데요.. 한 40분 정도 공연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아직 제가 손목을 다쳐 연습을 하질 못했는데요. 7월부터 클럽에서 공연을 하면서 해나가야죠.”
- 검엑스는 어떻게 결성되었나요. 멤버 모두가 1980년생이고, 성(姓)이 모두 이씨여서 의도된 결합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던데요?
이용원 : “사실 모두들 본명은 따로 있어요. (멤버들 모두 크게 웃으며) 농담이고요. 정말 우연찮게 모인 겁니다. 드럼을 치는 (이)응균이와는 고등학교 동창이고요. 베이스를 맡고 있는 (이)근영이는 2000년에 합류를 했어요. 응균이와 1996년부터 드럭에서 검(Gum)이란 이름으로 공연을 하다, 근영이가 합류하고 나서부터 검엑스라 이름으로 바꿔 활동을 했어요.”
- 검엑스란 그룹명은 무슨 뜻인가요?
이응균 : “어디 맘대로 한 번 씹어 보라는 의미로 검(Gum)이라고 했다가 근영이가 들어오고 나서 이젠 모든 걸 엑스로 하고 제대로 해보자는 뜻에서 검엑스로 했어요”
- 멜로딕 펑크를 하게 된 것은 언제쯤부터 인가요?
이용원 : “처음부터 멜로딕 펑크를 한 것은 아니었어요. 맨 처음 드럭에서 공연을 했을 때는 무조건 크게 질러대는 하드코어 성향의 펑크를 했죠. 하지만 NOFX 같은 밴드들의 음악을 좋아하게 되고 접하면서 자연스레 멜로딕 펑크로 옮겨간 것 같아요.”
- 데뷔 앨범에서 이용원의 보컬이 매우 어둡게 들리고 있습니다. 기타 톤과 가사 내용도 그런 것 같고요. 개인적인 감정이 베어 있는지요?
이용원 : “사는 게 우울해서 그럴 겁니다. (웃음) 일상에서 느끼는 경험을 쓸려고 많이 했어요. 그만큼 우울하고 다양한 경험을 많이 했다는 뜻이겠죠.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You're so beautiful'의 가사는 제가 상상 속에서 경험한 겁니다. 두 팔이 절단된 여인을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만든 거죠.”
- 오프닝 곡 'Turn off'는 가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우리 앨범을 듣지 마세요. 가치가 없는 앨범입니다. 귀만 버립니다. 시간낭비일 뿐이죠.”라고 노래하는 데요. 반어적인 표현인가요?
이근영 : “아니에요. 'Turn off'에는 겉멋만 들어 홍대 클럽 주위를 배회하는 이들을 비꼬는 내용을 담았어요. 펑크를 순수하게 펑크 자체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안에서도 장르를 일일이 따지려 들고, 외모에만 신경 쓰는 애들은 이 음반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 이용원씨는 멜로디를 뽑아내는 재주가 탁월한 것 같아요? 곡 작업은 어떻게 하나요?
이용원 : “(역시) 우울할 때 합니다. 무언가에 뼈저리게 느꼈을 때 멜로디가 생각나서 만들죠. 'Never go back'같은 노래는 여자한테 차인 후에 만든 노래인데, 5분도 안 걸렸어요. 우선 제가 멜로디를 만들고, 나중에 멤버들과 맞춰가면서 완성하는 식으로 곡을 만들고 있어요.”
- 데뷔 앨범에 대해 전체적으로 만족하나요?
이근영 : “우리 앨범은 KBS의 <폴리사운드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했고, 일본의 정상급 엔지니어 나카자토 마사오가 최종 손질을 하는 등 최고 수준으로 작업을 한 것 같아요. 그 정도에서 만들었으니까 이 정도의 레벨을 유지한 거죠. 사실 우리의 노래들은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 음악을 많이 다양하게 듣고 접하질 못해서 표현법에 있어서 부족함을 느끼죠. 앨범 작업 할 때보다는 실력이 많이 늘었지만 항상 불만족스럽죠.”
검엑스 멤버들은 솔직하면서도 겸손했다. 자신들의 위치를 인정할 줄 알았고, 그에 걸 맞는 행동들을 하는 것 같았다. 타이틀 곡 '소녀'를 제외하고 수록곡 전체가 영어 가사로 되어 있는 이유를 묻자 “우드스탁 페스티벌에 진출하려고 한다”고 말하는 호방함에 유쾌했다. 또한 현재의 클럽 환경에 대해 묻자 “1996년에 처음 홍대 클럽무대에서 섰을 때보다 더욱 열악한 것 같다”고 답하는 안타까움에는 진지했다.
평범하다는 것은 열려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언제든지 새로움과 다양함을 받아들여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검엑스는 평범하지만 특별하다. 앞으로 검엑스는 국내에서 데뷔 앨범 홍보 활동과 클럽 공연을 하고, 일본에서는 7월에 후지 록 페스티벌에서 국위선양을 하고, 10월에는 미국 스카 펑크 밴드 수어사이드 머신(Suicide Machine)과 재팬 전국 투어도 예정되어 있다. 장도(長途)를 떠나는 그들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