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참 소셜 라이프(social life)가 안 되는 인간들이랍니다. 음악을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넷의 인생은 참 우울하고 어두운 것이었을 거에요”

< 청춘예찬 >에 수록한 'Social life'에 대한 김윤아의 글처럼 자우림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모던 록 밴드가 되었지만 또한 동시에 많은 안티들을 소유하게 되었다. 그것이 자의적인지 타의적인지는 중요치 않다. 포인트는 멤버 모두 김윤아의 말처럼 사회적인 감각이 부족해서 '반대! 자우림'이 생성되었다는 점이다. 2005년 4월에 김윤아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헛소리는 집어 치우라'라는 글을 개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바로 이러한 '욱!'하는 기질과 배짱이야말로 자우림이 음악을 하게 되는 엔돌핀인 것 같다.

< 청춘예찬 >은 매력적인 음반이다. 'Social life'와 '새'를 제외한 나머지 13곡이 리메이크한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새롭게 들어온다. 원곡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를 그대로 살린 넘버와 오리지널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한 트랙이 팽팽히 당겨진 활시위처럼 긴장감을 유지하며 음반의 전체적인 틀을 구성한다.

아역배우 출신으로 아트 록 그룹 제네시스(Genesis)의 드러머 출신인 필 콜린스(Phil Collins)가 1989년에 발표한 'Another day in paradise'의 리메이크는 도입부의 과용된 오케스트레이션 때문에 부담스럽지만 마돈나(Madonna)의 'Take a bow'는 잔잔한 포크 스타일로 되살려 듣는 이들을 부드럽게 보듬어준다. 김윤아의 자연스런 영어 발음과 보컬이 빛을 발하는 곡.

알랑 바리에(Alain Barriere)의 샹송 'Un poete'를 번안한 배인숙(한국 최초의 섹시 여성 듀엣 펄 시스터스의 멤버!)의 '누구라도 그러하듯이'는 1990년대 브리티시 록의 음울함으로 재탄생시켰고 너바나(Nirvana)의 'Penny royal tea'는 무기력할 정도로 나른하다. 자우림은 이 곡에서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작정하고 실험하듯 난해하고 무겁지만 클래시(Clash)의 원곡을 커버한 'Lover's rock'에서는 경쾌하게 그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재미를 준다.

모던 블루스로 환생시킨 브릴 빌딩 1세대 작곡가인 조지 거쉰(George Gershwin)의 'Summertime', 앨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의 보컬을 들려주는 펄 잼(Pearl Jam)의 오리지널 'Even flow', 그리고 닐 다이아몬드(neil Diamond)의 원곡이지만 영화 < 펄프 픽션 > 사운드트랙에 어지 오버킬(Urge Overkill)의 버전으로 많이 알려진 'Girl, you'll be a woman'을 여성 음성으로 들려지는 독특한 경험도 선사한다.

그 외에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그리고 오지 형님의 곡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은 'Starman', 'Angel', 'Goodbye to romance' 등도 습지의 늪처럼 깊이 빠져들게 만드는 트랙들이다.

그러나 이 음반은 맨 마지막에 위치한 타이틀곡 '청춘예찬'으로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었다. 음악적으로 광대한 욕심을 부린 이 곡은 앞의 14곡과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전체적인 앨범의 흐름을 역류한다. 힘이 너무 들어갔다. 멤버들의 '청춘'을 책임진 노래들에 대한 '예찬'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청춘'에 대한 '예찬'인지.

'사회성이 부족한 멤버들'이 모인 자우림은 <청춘예찬 >으로 지금 우리가 발을 붙이고 호흡하고 있는 문제 많은 사회를 음악으로 바꾸려했던 위대한 뮤지션들에게 존경과 찬탄(讚嘆)을 드리고 있다. 그것도 매우 성공적으로.

-수록곡-
1. Another day in paradise
2. Girl, you'll be a woman soon
3. Starman
4. Angel
5. Take a bow
6. Social life
7.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8. Gloomy Sunday
9. Penny royal tea
10. Lover's rock
11. Summertime
12. Even flow
13. 새
14 Goodbye to romance
15. 청춘예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