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가든은 1990년대 인디 씬의 유일한 정통 하드 록/헤비 메탈밴드이다. 이들은 1970년대 하드 록의 형식미를 도입, 그것을 자신들만의 사운드로 변주해냈다. 블루지한 감각, 강력한 리프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구성력은 이들 최대의 장점이고 무기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스피드’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이전의 메탈과는 달리 느리고 무거운 사운드를 선보임으로서 음악적 궤를 달리했다. 대중 음악 평론가 강헌이 ‘노이즈가든은 한국 록 음악에 대한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근원적인 성찰의 단계로 몰고 간다. 동시대의 현란한 메탈의 팔색조적 경향에서 몸을 빼내어 ‘무거움’의 본질을 끈질기게 탐구한다.’라고 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이 ‘얼터너티브’라고 불려야 한다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노이즈가든은 <톰보이 록 콘테스트>에서 ‘타협의 비’로 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후, 1996년 1집 을 발표했다. 집요할 정도로 반복하는 주제, 중후한 리프를 중심으로 서서히 고조되는 형식미는 그간 한국 메탈 밴드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톡특한 것이었다. 수록곡 중, 10분이 넘는 웅장한 스케일의 ‘타협의 비’는 앨범의 이러한 특징적 면모를 잘 보여주었다. 또한 가벼운 느낌의 연주곡 ‘우주 꽃사슴’으로 다양성도 함께 고려했다.

1999년의 2집 에서 밴드는 한 단계 상승한 사운드 메이킹을 들려주었다. 특히 노이즈가든 사운드의 중핵인 윤병주의 완숙한 기타 플레이가 빛을 발한다. 솔로를 자제하고 리듬 메이킹을 중시하는 그는 델리 스파이스의 김민규와 함께 ‘밴드 기타리스트’라는 포지션에 가장 어울리는 기타리스트인 듯 하다. ‘더 이상 원하지 않아’와 ‘또 다른 유혹’에서의 주제의 끈질긴 반복에 이은 후반부의 폭발은 그와 노이즈가든만의 트레이드마크이다.

현재 노이즈가든은 핵심 멤버였던 윤병주가 탈퇴한 상태이다. 노이즈가든의 또 다른 페르소나였던 그가 빠진 후의 음악은 어떤 방향성을 가질지.....나머지 멤버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